Pulverised Records를 꽤 좋아하는 편인데, 뭐 레이블 자체가 대단한 곳이었다고 하긴 좀 그렇지만 그래도 Thy Primordial이나 Suicidal Winds, In Aeternum 같은 이름만으로도 여기를 기억할 가치는 충분하지 싶고, 생각해 보면 1996년부터 익스트림메탈 외길인생을 걸으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자체만으로도 인정할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이 레이블을 만든 이들이 바로 Mutation의 멤버들이었고, Mutation은 Impiety와 함께 1990년에 데뷔한 밴드였으니 비록 Impiety와 같은 반열에 놓기에는 많이 민망할지언정 이 지역 익스트림메탈의 프론티어라고 할 수 있겠다. NWN!이 그래도 멀쩡한 레이블이던 시절이었고, 덕분에 우리는 이 앨범을 통해 그 시절 싱가포르 데스메탈의 최전선을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최전선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뛰어난 부류에 있었음을 이 앨범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리프는 사실 Grave나 Dismember 같은 이들을 연상시키지만, 밴드는 나름대로 꽤 다채로운 구성을 취하고 있는 편이다. ‘Cannabilistic Horror’처럼 미드템포에서 거의 그라인드코어에 가깝게 몰아붙이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반음 낮은 튜닝을 이용해 동시대 스웨디시 밴드들에 비해서도 확실히 좀 더 묵직해 보이는 톤의 데스메탈을 연주하고 있다. 말하자면 프로그레시브한 부류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좀 아쉬움이 없지는 않을 텐데, 데스메탈의 본영에 가까운 쪽을 고른다면 그래도 이쪽일 것이다. 하긴 1993년에 녹음된 앨범이니 어느 정도는 당연해 보이는 결과다. 7인치 EP인지라 두 곡(러닝타임이 7분 조금 넘는 수준이니 심각하다)뿐이라는 게 단점.

[Nuclear War Now!, 2006]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