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ristallnacht와 Siegneur Voland가 나름의 주목을 받던 시절 그 뒤에서 떨어지는 떡고물을 주워먹으며 명함을 내밀었던 이 프랑스 블랙메탈 밴드의 눈에 띄는 몇 가지 특징이라면 일단 그런 쩌리같은 행보에도 불구하고 사실 알고 보면 Kristallnacht와 Siegneur Voland보다 오래 된 밴드라는 점이 있겠고, 또 눈에 띄는 점이라면 헝그리하던 90년대 초중반 레이블도 없이 직접 낸 데모가 잘 안 보여서 그렇지 지금도 20유로대면 구해지는데, 밴드가 내던 컴필레이션들은 딱히 비쌀 이유가 많이는 없어 보이는데 150유로는 훌쩍 넘겨준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데모부터 앨범까지 컴필레이션 빼고 오리지널로 모으기가 참 쉬운… 밴드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Blessed in Sin을 그렇게까지 모아야 할 이유가 있는 이는 아마 별로 없을거다.
그래도 밴드의 가장 잘 알려진 데모이자 나온 지 반올림으로 30년이 되어 가지만 역시 20유로대에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이 앨범은 사실 말이 데모이지 그냥 라이브 부틀렉에 가깝다. 수록곡들도 이미 “Antichrist War”나 “For the Dark Victory” 데모에서 이미 발표한 곡들이니만큼 딱히 이 앨범을 세 번째 의미로 내놓을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앞선다. 물론 테이프 안쪽의 밴드의 변을 보면 블랙메탈의 거물이었던 Euronymous를 추모하고, 게다가 이 1995년 1월 20일 툴롱(나폴레옹이 반란 진압하던 그 곳) 라이브가 Blessed in Sin의 첫 공연이었다니 밴드 나름의 의미는 충분했을런지 모르지만 이래서야 모으는 입장에서는 본전 생각 나기가 좋다.
그래도 데모는 1995년의 블랙메탈 데모(이자 밴드의 첫 라이브)인 점을 고려하면 신기할 정도로 양질의 녹음을 자랑한다. 물론 웬만한 레이블이 내놓는 정규반만 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많은 블랙메탈 밴드들의 골방 리허설식 데모들과는 달리 묻히는 파트 하나 없이 곡들의 모습을 완연하게 드러낸다. 키보드의 비중이 꽤 높은 멜로딕한 블랙메탈이지만 키보드를 제외하면 생각보다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기운이 강하지 않다는 점도 특징이겠다. 그런 면에서는 적어도 프랑스 블랙메탈이 노르웨이의 토양에서 시작했을지언정 이미 90년대 중반에는 나름의 길을 걷고 있었다는 가장 가시적인 증거일지도 모르겠고, ‘Beyond the Black Lake’ 같은 곡을 듣자면 지금보다는 좀 더 대접이 좋아야 할 밴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리이려나?
[Self-financed,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