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에게는 ‘마실 거’ 연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 하면 완전 뻥인 이 밴드는 사실 딱 한 장의 앨범을 제외하면 제목에 ‘마실 거’가 다 들어가는 독특한 디스코그라피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 한 장도 “Something to Smoke”였으므로… 어찌 보면 그야말로 술담배의 현신과 같은 밴드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Something to Smoke”는 밴드의 앨범들 중 유일하게 피지컬을 내놓지 않은 앨범이었으므로 어쨌든 이 밴드의 본령은 ‘마실 거’에 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물론 대체 뭘 마신다는 건지는 도통 알 수 없지만, 이런 밴드가 삼다수 마시면서 음악 활동을 할 것 같지는 않으므로 각자 떠오르는 이미지대로 생각하는 게 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앨범은 Division S가 ‘마실 거’ 얘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눈에 띌 수밖에 없지만 음악은 사실 그 이전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적당히 음울한 포크와 카바레, 라운지, 크루너 보컬에 적당히 퇴폐적이고 담배연기 자욱해 보이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싼티나는 사이키델릭이 어우러지지만, 그래도 ‘마실 거’ 연작들보다는 개별 파트들이 명확한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좀 더 ‘팝송’ 다운 곡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Division S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듣기 편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Boyd Rice가 Nick Cave 스타일을 괴팍하게 뒤튼 듯한 이 스타일이 그래봐야 듣기 편할 수는 없겠다. 결국 Division S를 이미 접해 본 이들을 위한 음악일 것이다.
뭐 그래도 밴드의 입문작으로는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100장 한정이라니까 움직이실 분은 너무 시간 끌지 않는 게 좋…겠지만, 하긴 작년에 100장 한정으로 나온 “Something to Drink & Smoke”도 아직도 많이 보이더라. 여태까지 몇 장이나 팔렸을까.
[Steinklang Industries,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