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Giblin이 지난 주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일단 명복을 빈다. 그런데 John Giblin이 어떤 밴드나 솔로 활동으로 일세를 풍미했다고 하기엔 확실히 부족해 보이기는 하다만, 그래도 80년대 다양한 뮤지션들의 많은 노작들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지라 이렇게 부고기사 하나 찾아보기 어려운 거 보면 조금은 필요이상 저평가된 거 아닌가?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 분이 또 막 초일류 연주자냐면 그건 아니기도 하고 결국 이 분이 참여한 앨범을 들었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쨌든 베이스는 아니기 때문에(그건 세션맨의 숙명이기도 하렷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간만에 이 앨범. 이 분의 가장 잘 알려진 활동이라면 역시 Brand X나 Kate Bush, Phil Collins의 앨범들이겠지만 그래도 90년대 이후 이 분이 참여했던 앨범 중 가장 의미 있는 결과물이라면 결국 Scott Walker와의 공작이 아닐까 싶다. 간만에 나타나서 포크 뮤지션을 넘어 음울하고 묵직한 챔버 팝(또는 일그러진 바로크 팝? 또는 Scott Walker식으로 변주된 다크웨이브?)을 들고 나타난 이 앨범에서 예의 그 어그로로 가득한 가사 말고 팽팽하게 날 선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베이스와 드럼, 퍼커션의 리듬 파트라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직설적인 감도 있는 가사에 비해 연주는 확실히 조금 더 물러서 있는 편이고, 잿빛 드론 사운드 사이에서 의외일 정도로 공격적이고 기계적인 면모를 가져가는 리듬은 앨범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당연히 앨범의 중심에는 역시 Scott Walker의 기타와 목소리가 있지만 강박적인 비트의 ‘Bouncer See Bouncer’나 ‘The Cockfighter’ 같은 곡들은 그런 리듬이 없이는 등장할 수 없어 보인다.

이 글에서도 그렇듯이 결국은 본인보다는 본인이 받쳐줬던 다른 이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니 아무래도 끝내 주목받을 팔자는 아니었나보다. 뭐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이라도 글 한번 더 남기는 게 나아 보인다. 그동안 좋은 거 많이 들었습니다.

[Fontana,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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