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는데 Helge Engelke가 4월에 대장암 수술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사실 한창 시절 돌아다니던 광고문구마냥 독일이 낳은 초일류 연주자냐면 아무래도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Uli Jon Roth 짝퉁 기타리스트들과는 분명히 구별될 정도의 개성과 기량은 충분히 보여줬을 것이다. 독일 하드록/헤비메탈 기타리스트가 Uli Jon Roth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이상할 일이다(그랬다면 사실 그건 실력보다는 인성파탄의 인증에 가까울 것이다).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런 의미에서 간만에 한 장을 듣는다면 아무래도 Helge의 본진일 Fair Warning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 망라된 이 앨범이 아닐까? 이름에 Warning 들어간 밴드들 중에서는 첫손가락이야 절대 안 되지만 그 다음 정도는 충분할 커리어(물론 1등은 압도적인 차이로 Fates Warning에게 돌아간다)의 이 밴드가 X반을 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멜로딕 하드록이라는 장르의 정수가 담겨 있는 건 데뷔작부터 “Go!”까지의 세 장일 것이고, 그런 만큼 “Go!” 이후 나온 이 라이브야말로 Helge Engelke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시절을 보여줄 것이다. 애초에 일본 말고 다른 곳에서는 이 장르의 생명력이 사그라진 시절이었으니 일본 라이브라는 것도 장점에 가깝다.

발라드가 많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이들도 있지만 적당한 드라이브감에 직관적이고 분명한 멜로디를 얹어 단숨에 때려박아넣는 모습을 보자면 이내 그런 얘기도 들어간다. Uli Jon Roth마냥 하이프렛 바이올린 따라잡기 놀이도 보여주는 솔로잉도 화려하긴 하지만 기교보다는 화려한 멜로디 덕에 연주까지 더욱 화려하게 느껴진다. ‘Angels of Heaven’이나 ‘Save Me’ 같은 곡은 뭐 차은우마냥 잘 생긴 보컬이 부른다면 케이팝 가요방송 무대에 오르더라도 꽤 반응이 있지 않을까? 물론 포스트의 절반이 블랙메탈로 점철된 블로그 굴리는 아재의 생각이니 적당히 이해하고 넘어가자.

[Zero,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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