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e + Ice의 두 번째 앨범. 사실 네오포크라는 장르가 이름에도 불구하고 그 레떼르가 붙은 밴드들 중 정말 ‘포크’ 음악을 연주하는 사례는 생각보다 별로 많지는 않았고, 장르를 이끌었던 밴드들 중에서 인더스트리얼 물을 먹지 않았던 밴드는 더욱 적은 편이었(다고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서 Fire + Ice 같은 밴드가 없었다면 오늘의 네오포크도 없었다! … 라고 한다면 그건 좀 너무 간 얘기겠지만 적어도 이후의 많은 밴드들이 이 밴드가 보여준 스타일에 빚지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오컬트라는 테마에 있어서도 David Tibet이나 Albin Julius 같은 이들이 제대로 공부했다기보다는 ‘거리의 시인’ 같은 부류에 가까웠던 반면, Arcanorium College에 적을 둔 정통파 오컬티스트였던 Ian Read의 등장은 장르의 외연을 좀 더 넓히는 계기가 되었음직해 보인다. 하긴 그러니까 좀 더 포크의 원형에 가까운 스타일을 연주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룬 마스터들이 횡행하던 좀 더 예전의 시절에는 당연히 인더스트리얼 뮤직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직 초기 Death in June의 그림자를 지울 수 없는(달리 말하면 포스트펑크 냄새가 남아 있는) 데뷔작에 비해 이 앨범이 밴드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으려나? 사운드의 골간은 “Glided by the Sun”과 마찬가지로 기타와 신서사이저인 건 분명하지만, 멜로디카와 플루트, 바이올린 등의 가세와, Current 93의 어쿠스틱을 담당했던 Michael Cashmore의 기타는 이 앨범을 (분명 삐딱한 구석이 있음에도)유려한 포크 앨범으로 만들어 낸다. 그런 면에서 앨범의 스타일을 대변하는 곡은 다른 곡보다도 ‘The Rising of the Moon’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서정과 전통을 강조하는 스타일로 연주하는 프로테스트 포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좀 많이 나아가면 King Dude 같은 뮤지션들의 등장을 예견한다고도 생각한다. 좀 너무 나갔나?

[Asafoetida,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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