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inishing Between Worlds” 시절의 Decrepit Birth는 Unique Leader가 데리고 있는 밴드들 중 최고 중 하나… 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었다(물론 세평은 그만큼 꼭 좋은 건 아니었다). 뭐 독창적인 게 좋다지만 이 밴드의 장점은 테크니컬 데스 밴드들이 으레 Pestilence나 Death 등의 영향을 받는다면, 그런 그림자를 숨길 생각 전혀 없이 오히려 스피드 업해서 어지러운 테크닉으로 휘두른다는 점이었다. Matt Sotelo 같은 장르 최고의 테크니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수도 있겠고, 사실 데뷔작처럼 Unique Leader에서 Deeds of Flesh를 열심히 따라가는 앨범을 내서는 어지간해서는 앨범이 재미있게 들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말하자면 그 시점에서만큼은 Decrepit Birth는 기량도 기량이거니와, 행보 자체가 명민했던 밴드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Polarity”부터의 행보가 좋게만 보이지 않는 건 어쩔 수 없겠고, 사실 Decrepit Birth 정도면 Nuclear Blast로 이적하면서 자기 모습을 잃어버린 사례들과는 달리 그래도 꽤 연착륙한 경우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래도 Nuclear Blast로 옮겨오면서 부쩍 멜로딕해진 이 음악을 밴드의 개성으로 받아들일 것인가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겠다. 내 경우에는 꼭 좋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Hate Eternal이나 Origin 같은 스타일을 굳이 ‘좀 더 쉽게 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사례라고 해야 하나? 문제는 이런 음악을 귀에 바로 박히는 멜로디 바라보고 듣는 이들은 사실 별로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A Brief Odyssey in Time’ 같은 곡이 이런 점을 단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데스메탈 듣는데 Rush 생각이 난다는 게 꼭 좋은 얘기인지 모르겠다. 누가 들어도 웰메이드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Nuclear Blast,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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