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ind Guardian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름이지만 그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하는 이탈리아 밴드의 이 첫 번째 데모는 빈티나는 커버에 비해서는 그래도 확실히 퀄리티 있는 음악을 담고 있다. 굳이 말한다면 90년대 중반 쉬이 접할 수 있었던 건반을 더한 적당히 멜랑콜리한 분위기로 승부하는 둠-데스인데, 물론 그런 류의 밴드가 범람하던 90년대 중반이었지만 Journey throuth the Dark라는 이름을 여느 웹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던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은 누가 데모 아니랠까봐 싼티나는 키보드가 귀에 거슬리는 구석이 있고, 둠-데스임에도 드럼(특히 심벌)이 두드러지는 기묘한 믹싱은 기껏 잡아 놓은 분위기를 한방에 깨버리는 모습을 왕왕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 와중에 빛나는 부분도 있다. 수록곡 중에서는 가장 직선적인 스타일의 ‘Witches from Salem’은… 덕분에 저 때와 장소를 모르고 앞으로 나서는 드럼이 나름 잘 어울리는 편이고, ‘Chant of Sirens: Leucosia’s Last Sortilege’처럼 밴드가 나름의 프로그레시브까지 더해가며 극적인 모습을 꾀하는 곡도 있다. 물론 그렇다곤 해도 이 길지 않은 데모에서 서정을 맛보기란 사실 그리 쉽지 않은 편이고, 부분부분 떼어놓으면 나름 괜찮아 보이는데 더해 놓으면 뭔가 산만한 구성은 그 길지 않은 러닝타임을 집중하기 어렵게 만든다. 만듦새에 비해서는 뭔가 확실히 아쉬움이 남는 데모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차라리 그냥 첫 곡처럼 좀 더 달렸으면 어땠으려나 하는 것이다.
밴드 본인들도 느꼈는지 모르겠다. 밴드는 곧 이 데모에서의 둠-데스 스타일을 뒤로 하고 어느 정도 스푸키하지만 오케스트럴을 강조한 심포닉 블랙메탈 스타일로 옷을 갈아입고 앨범을 내놓았다. 물론 변한 스타일에는 어울리지 않는 밴드명도 바꿨다. 새로 지은 이름은 Art Inferno다.
[Self-financed,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