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 Bliss의 가장 잘 알려진 특징이야 블랙메탈에 브라스를 본격적으로 써먹는 밴드라는 점이겠지만, 그래도 이 밴드가 딱히 블랙메탈의 전형적인 전개에서 벗어난 적이 있었냐 하면 내 기억에는 그런 적은 딱히 없다. 말하자면 그 부분이 밴드의 개성인 건 맞겠지만 도드라질 것까지는 없는 심포닉에 브라스가 호른/트럼본이 얹히면서 나름의 호전성을 부각시키는 정도이고, 그걸 빼면 사실 장르의 전형에서 그리 벗어나는 부분은 별로 없어 보인다는 뜻이다. 1993년부터 시작된 이 관록의 밴드가 장르의 전형에 다가간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건 따져 보면 이상할 일도 아니다.

현재까지는 밴드의 마지막 앨범인 이 앨범도 그리 다르지 않다. 밴드의 초기작들보다는 좀 더 바이킹 기운이 깃든(굳이 비교하자면 Windir 스타일에 가까워진) 리프에 간혹은 최근의 장르의 경향을 고려해서인지 좀 더 경쾌하게 다가가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다가도 ‘Leaving Forever Land’에서는 최근의 Enslaved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뒤틀린 리프를, ‘Shroud’는 Amon Amarth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과장된 리프를 발견하기도 한다. 나름 개성적이지만 쉴 새 없이 다른 밴드들을 연상시키는 모습이… 그것도 나름대로 개성이라 할 수 있을지도? 달리 말하면 나름 일관된 분위기이지만 그 가운데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는 뜻일 것이고, 그런 가운데 ‘The Main Divide’ 같이 수준 높은 곡을 내놓으니 팬을 자처하지 않을 요량이 없다.

나팔 잘못 불었다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방정맞은 흐름을 보여주는 부류들과는 비교 불가의 웰메이드이니 일청을 권한다.

[Hammerhear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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