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같은 휴일에는 뭘 들으면 좋을까라는 질문에 Fairport Convention을 얘기한다면 저 중생은 대체 무엇인가 하는 듯한 눈빛을 마주하게 되는 게 정상이겠지만 그럼에도 알고 보면 휴일에 퍽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Fairport Convention의 2집. 사실 별로 설명은 필요없을 앨범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Fairport Convention을 2023년에 알고 있다면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겠고… Fairport Convention은 잘 모르더라도 Sandy Denny는 아는 사람들이 더 많은지라(내 주변은 일단 그랬음) ‘Fotheringay’가 있는 이 앨범만큼은 그래도 더 많이들 알지 않을까 예상하는 편이다. 물론 따지고 보면 Sandy Denny를 즐겨들을 이도 별로 없어 보이는 2023년이므로 그리 의미있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각설하고.
사실 밴드의 가장 잘 알려진 앨범은 이 다음에 나오는 “Unhalfbricking”과 “Liege & Lief”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일단 Ian McDonald의 보컬을 Sandy Denny로 업그레이드… 해서 나오는 첫 앨범이고, Fairport Convention의 잘 알려진 스타일보다는 나처럼 이 시절의 좀 더 ‘미국적인’ 모습을 좋아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Strawbs만큼이야 아니지만 이런 류의 ‘브리티쉬 프로그레시브 포크’ 밴드들이 그 프로그함을 추구하다가 정작 너무 과중한 사운드를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Fairfort Convention의 앨범들 중 이만큼 산뜻한 사례도 없지 않나 생각한다. 다 들어보지는 못했지만(많아도 적당히 많아야…) 내 예상으로는 그렇다.
그래도 Pentangle을 떠올리게 하는 ‘Nottamun Town’이나 ‘She Moved Through the Fair’ 같은 곡들도 있으니 위에서 미국적인 모습 운운했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긴 Sandy Denny가 마이크 잡고 있는 밴드한테 무슨 그런 걱정일까.
[Island, 1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