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위하여 나름대로 검증된 이름을 밴드명에 박아넣으면 또 그렇다고 이름만 보고 예상 이상의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다는 류의 이유로 볼멘소리를 늘어놓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멀리 갈 것 없이 내 얘기인데, 덕분에 Vinnie Vincent Invasion은 나름대로 팝 메탈 류를 찾아 듣는다고 자처하던 시절에도 손에 들어오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Kiss의 Vinnie Vincent가 Slaughter의 Mark Slaughter와 Dana Strum, Lita Ford 밴드의 드러머였던 Bobby Rock을 끌어들여 만든 밴드였으니 안 그래도 이 밴드의 음악은 들어보기 전에도 예상되는 바가 있었다. 그나마 Vinnie Vincent가 Kiss와 그리 기분 좋지 않게 결별한 시점이었다. 니들이 얼마나 잘 사나 보자 식으로 멋들어진 뭔가를 내놓지 않을까 하는 게 나름의 기대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앨범에 장르의 전형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Vinnie Vincent와 멤버들의 이름답게 음악은 1988년의 ‘글램 메탈’의 전형에 가까운데, 어떻게 봐도 테크니컬하다고 하긴 좀 그랬던 Kiss에 비해서는 좀 더 테크니컬한 스타일이다. 그래도 출신이 출신인지라 “Creatures of the Night”나 “Lick It Up”을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Nitro의 “O.F.R”에서 막 나가는 테크닉을 많이 덜어낸 스타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시절이 시절이었으니 어찌 보면 Kiss 스타일을 80년대 후반 헤비메탈의 모습에 맞게 변모시킨 사례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Ecstasy’ 같은 곡을 듣자면 사실 헤비메탈 어쩌고 하는 자체가 좀 그렇긴 하겠지만 어쨌든 에너제틱한 앨범임은 분명하다.

[Chrysalis,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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