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케케묵은 프랑스 데스메탈 밴드에 대하여 알려진 내용은 별로 없다. 사실 이 데모는 이름만큼은 꽤 예전부터 알 만한 이들 사이에는 알음알음 돌던 이름이기는 했지만 그 시절 쏟아져 나온 데스메탈 밴드들이 많이들 그랬듯이 무리없이 묻혀버린 사례들 중 하나처럼 여겨졌다. 그러니까 이 7인치가 어쩌다가 내 손에 들어왔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확실해 보이는 건 나온지 30년이 되었어도 오리지널이 별로 비싸지질 않는 걸 보면 그만큼 많이 찍었…을 리는 없고 별로 인기는 없었을 것이라는 점과, 그래도 Dark Symphonies에서 재발매를 했던 걸 보면 주목할 사람들은 꽤 주목했을 물건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접한 이 음악은 나름 독특하다. 1993년이니 데스메탈의 다양한 스타일들은 대개 나왔을 시절이지만 이 앨범은 둠적이면서도 꽤 ‘지저분한’ 류의 분위기가 주가 되고, 그러면서도 키보드를 통한 프로그레시브한(물론 화려한 테크닉보다는 ‘eerie’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진력한다) 전개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쉬이 다른 밴드와 비교하기 어려운 편이다. 그나마 비교한다면 Timeghoul에서 ‘우주적인’ 분위기를 걷어낸 류의 음악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때로는 스피드메탈에 가까운 전개도 등장하고, 때로는 Bolt Thrower 스타일로 몰아붙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70년대 프로그 밴드 마냥 클래시컬한 구석도 있는 이 음악을 잘라 설명하기는 역시 어렵다. 러브크래프트 소설 얘기로 일관하는 가사들도 이 앨범의 독특한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그래도 가장 눈에 띄는 곡은 역시 ‘Nemesis’라고 생각한다. 초창기 Paradise Lost풍의 둠을 무려 ‘그루비하게’ 풀어내는 모습은 이 밴드가 꽤 재미있는 구석을 많이 간직하고 있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말하자면 그 시절 쏟아져 나왔지만 무리없이 묻혀버린 사례와 같이 취급되기에는 확실히 좀 억울할 만한 수준을 보여준다. 꽤 재미있게 들었다.

[Drowned Prod.,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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