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dition Temple의 3집. Pete Helmkamp가 없다 뿐이지 Angelcorpse를 거쳐갔으면서 이 장르의 메이저 물을 먹지 않은 베테랑들이 대거 모인 밴드인지라 처음부터 Angelcorpse와의 비교는 피할 수 없었다. 사실 Angelcorpse는 2007년 이후에는 앨범을 낸 적이 없으므로 Pete가 없다는 점을 뺀다면 그냥 이 밴드를 이름 바꾼 Angelcorpse처럼 이해하는 게 더 맞아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아직 앨범도 몇 장 안 되고 그것도 전부 웰메이드인만큼 컬렉션하기에는 이만한 밴드도 별로 없다(심지어 Hells Headbangers에서 세일도 되게 자주 한다).

이 밴드의 앨범들 중에서는 비교적 이 3집이 손이 덜 갔던 편인데, 딱히 떨어지는 음악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Angelcorpse의 멤버들이 다시금 화려하게 등장했다는 식으로 소개되던 1집, Angelcorpse가 공식적으로 해체한 이후 ‘Angelcorpse의 진정한 적자!’ 식으로 소개되던 2집에 비해서는 이 앨범은 해줄 말이 좀 부족하다 보니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 노골적으로 Angelcorpse의 노선을 따라가던 2집까지…와의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으나 좀 더 테크니컬해지고 Morbid Angel의 기운도 받아들이면서 어찌 보면 좀 더 모던해지기까지 한 모습이 이들에게는 별로 안 어울려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말이 모던이지 이 정도 음악을 모던하다고 제껴서야 어디 가서 데스메탈 듣는다고 얘기하기는 머쓱할 듯싶다. 이 정도 되면 모던하다기보다는 그냥 레이블이 녹음에 돈을 좀 더 썼다 정도 말해도 무방해 보인다. “Domination” 시절의 Morbid Angel에 중간중간 Bolt Thrower풍 리프를 끼워넣은 듯한 모습의 ‘Desolation Usurper’나 Cannibal Corpse 생각이 나는 ‘Red Reaping’ 같은 곡들은 데스메탈 팬이라면 누구나 시원하게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Hells Headbanger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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