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dist는 그 시절 테크니컬 데스 밴드들 중에서는 꽤 독특한 위치를 점했던 밴드.. 라고 생각한다. 일단 그 시절 테크니컬 데스 밴드가 Cynic이나 Atheist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무언가… 를 보여주는 데 성공한 사례 자체가 별로 없었고, 이탈리아 출신이어서인지 이 장르에서 이만큼 ‘creepy’한 사운드를 들려준 사례도 별로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Morrisound의 괴수들에 비해서는 동급… 보다는 반 수 아래 정도의 테크닉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래도 3인조로 이만큼 정교한 테크니컬 데스를 연주하는 것도 확실히 어려워 보인다. 키보드를 이만큼 존재감 있게 사용한 데스메탈 밴드가 1993년에 얼마나 됐을까 하면 이 밴드가 꽤나 드문 사례였다는 점은 더욱 분명해 보인다.

이 밴드의 특징이라면 기타만큼…은 아니지만 키보드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인데, 기타를 못 치는 건 아니지만 기타와 키보드를 동시에 맡고 있는 Tommy Talamanca는 기타보다는 키보드에서 좀 더 나아 보이는 연주를 보여주고, 이 장르에서 흔히 등장하는 유니즌 플레이보다는 기타와 키보드가 서로의 파트를 주고받는 류의 인터플레이가 더욱 흔히 등장한다. 혼자 기타와 키보드를 동시에 칠 수 없어서인지 기타 쳤다 키보드 쳤다 했나 의심되는 수준인데, 은근 Goblin류의 분위기(특히 “Suspiria”)에 흡사한 스타일의 키보드에서 이어지는 Coroner풍 리프가 꽤 독특한 개성을 자아내는 편이다. 인트로인 ‘Nadir’부터 앨범의 이런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편이고, ‘Desert Divinities’의 느슨한 네오클래시컬 연주까지 마주하게 되면 이탈리아 특유의 은은한 싼티 어린 메탈 스타일이 어떻게 테크니컬 데스에 수용되었는지의 많은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싼티를 극복할 수 있다면 충분히 박력있고 멋진 데스메탈 앨범일 것이다. 사실 그런 의미에선 이 시절 앨범을 차라리 재녹음해서 내놓아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작년에 나온 “Firescorched”가 안 그래도 초창기 스타일이라고 평도 좋았으니 데뷔작 재녹음! 같은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앨범 찍어내는 데 돈 한푼 안 내는 입장이니만큼 할 수 있는 얘기다. Agonia가 그런 걸 내지는 않겠지.

[Nosferatu,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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