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밴드에 대해서는 폴란드 밴드라는 점 외에는 알려진 게 별로 없어 보인다. 심지어 곡명도 따로 없으므로 어차피 안 들릴 가사일지언정 무슨 주제로 노래를 만드는지도 알 수 없다. 그래도 앨범명이 저 모양인데 레이블도 레이블이고 케이스를 열면 떡하니 드러나는 스와스티카를 보자면 NSBM 밴드일 것이라는 짐작만은 강하게 든다. 그런데 보통 NSBM 밴드들이 쓸데없을 정도로 진지한 모습을 과시하곤 하는데, 허여멀건 커버나 성의없다 못해 좀 웃겨 보이는 앨범명을 보자면 이들은 사실 NS를 빙자한 관심병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그런데 음악은 NSBM이란 단어에서 보통 생각하는 전형적인 모습과는 좀 거리가 있다. 심포닉하다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건반에 생각보다 힘을 준 스타일의 블랙메탈인데, 나름 싼티 ‘덜’ 나게 노력한 드럼 프로그래밍이 때로는 좀 덜 호전적인 martial industrial 스타일처럼 들리기도 한다. CD를 넣으면 트랙수가 88개가 떠서 사람을 놀라게 만들지만 8번부터 87번까지는 빈 트랙인데다(이런 것도 Der Blutharsch 스타일이기는 하다), 무슨 의미를 뒀는지 666도 아니고 555장 한정으로 찍어낸 핸드넘버도 눈에 띄는 편이다. 정작 생각보다 음질이 괜찮은데다 귀에 잘 들어오는 리프가 평이한 덕에 딱히 앨범 전체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별로 없긴 하지만 이 정도면 ‘보기보다는’ 꽤 신경쓴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신경썼다고 꼭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건 아니라는 게 문제겠다. 하긴 신경을 써도 이런 식으로 쓰면 그것 자체도 좀 문제다.
[Under the Sign of Garazel,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