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mson Glory가 가장 빛나던 시절에 들었던 찬사에 비하면 그 활동은 그리 길지는 못했고 Midnight도 그 한창 시절 보여주었던 맹위에 비한다면 남긴 활동은 그리 보잘 것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나마 Ben Jackson Group이야 Crimson Glory에서의 인연으로 참여했다고 치면 정말로 찾아주는 곳이 없었던 셈인데, Genius : A Rock Opera에서 짤막하게 보여준 모습을 보면 목소리가 가버린 건 또 아닌지라 궁금해하던 이들도 많았던 거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2005년에 나온 이 뜻밖의 솔로작은 나름 기대를 모은 바 없지 않았다. 좀 마뜩찮은 레이블을 제외하면 딱히 이 앨범이 구릴 거라고 의심할 만한 부분은 별로 없어 보였다.

그렇게 등장한 이 앨범의 내용물은 꽤 당혹스러웠다. 일단 메탈 앨범 자체가 아니기도 하고 특히 ‘Little Mary Sunshine’이나 ‘Miss Katie’ 같은 곡은 하드록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할 정도로 ‘클래식한’ 사운드를 담고 있다. 과장 좀 섞으면 Rolling Stones가 한창 사이키하던 시절 생각도 나는데, 아무래도 기타가 Mick Ronson 스타일인지라 그럴 것이다. 그나마 ‘War’가 Soundgarden 마냥(이것도 과장 좀 섞은 얘기긴 함) 약 냄새 가운데 절도있는 리프를 간혹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그게 Midnight이란 이름에 어울려 보이는 건 딱히 아니다. ‘Lost Boy’에 이르러 이 베테랑 보컬이 캐리비안 해변에서 모히또 마시고 취해서 길을 잃어버린 모습이 떠올랐다고 해도 그리 과장은 아닐 것이다. Crimson Glory를 좋아했던 이라면 필히 피해갈 것.

[Black Lotus, 2005]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