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dise Lost의 Nick Holmes와 Greg Mackintosh의 프로젝트. 커버도 그렇지만 일단 밴드명이 Host라는 게 많은 이들에게 불안감을 가져다줄 건 분명하고, 멤버들 본인들도 Paradise Lost의 바로 그 앨범에서 이름을 따 왔다고 하고 있으니 그런 불안감은 사실 어느 정도 인증된 셈이다. 밴드 본인들이야 무려 EMI의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시절이니 마냥 나쁘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메탈 자체를 포기했던 앨범이었으니 Paradise Lost의 팬을 자처한 이들이라면 그 앨범이 좋게 들리기는 좀 어려웠겠다. 말하자면 Paradise Lost라는 이름보다는 차라리 그냥 사이드 프로젝트 식으로 내는 게 더 적당해 보였던 앨범이 “Host”였고, 그런 상상을 이들은 정말로 실행에 옮겨버린 셈이다.

그렇지만 이 앨범은 “Host”의 스타일과도 좀 거리가 있다. 일렉트로닉스 제대로 끼얹은 신스 팝이라고 하는 게 더 알맞을 “Host”만큼은 아니더라도 유려한 신서사이저와 이펙트들은 여전하지만, ‘My Only Escape’ 정도를 제외하면 앨범은 꽤 전형적인 구석이 있는 고딕 록에 가까워 보인다. 음울한 분위기는 분명하지만 ‘Wretched Soul’나 ‘Hiding from Tomorrow’ 정도를 제외하면 어쨌든 Paradise Lost가 현재껏 보여주고 있는 둠-데스의 어두움과는 거리가 멀다. 가끔은 ‘뿅뿅’에까지 이르는 일렉트로닉스 정도를 제외하면 Dave Gahan이 음울함을 한껏 분출하던 90년대 초반의 Depeche Mode가 그 스타일을 지금껏 유지하며 세련되게 다듬고, 거기에 거친 기타와 Nine Inch Nails풍의 뒤틀림을 살짝 더하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에 꽤 설득력 있는 답을 주는 앨범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되게 좋다는 뜻이다.

[Nuclear Blast,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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