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n의 그 분의 두 번째 솔로작. 당연히 Ten에서의 활동으로 가장 잘 알려지기는 했지만 원래 솔로 활동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분이었고, 슈퍼스타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어쨌든 80년대 후반 메이저의 끝물을 먹을 정도로 나름 인정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의 ‘고음만 빼고 다른 건 다 갖춘’ 멜로딕 보컬의 입지를 다지게 된 건 이 앨범에 와서였다고 생각한다. 일단 음악도 음악이거니와 메이저의 품을 벗어나 (별로 알아주는 사람은 없긴 하다만)Now & Then Records의 역사적인 카탈로그 1번으로 발매된 앨범이기도 하고, 유명 게스트 하나 없이 Gary Hughes의 역량이 집약된 앨범이기도 하고, Zero에서 라이센스된 덕분에 판매고야 어쨌건 국내에서도 수입반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던 앨범이기도 하고… 뭐 그렇다. 이 앨범이 나름의 반응을 얻으면서 Gary Hughes는 비로소 Vinnie Burns 같은 장르의 손꼽히는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고, 이들과 함께 Ten으로 활동하면서 지금의 입지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쓰고 보니 좋은 얘기는 생각보다 별로 없긴 하다만 일단 넘어가고.
당연하겠지만 사실 Ten과 크게 다를 건 별로 없는 음악이고, Ten만큼이나 Gary Hughes의 보컬이 중심이 되지만 아무래도 Vinnie Burns를 위시한 ‘하드한’ 연주가 있는 Ten에 비해서는 확실히 더 말랑말랑하고 AOR의 ‘전형’에 가까운 음악을 연주하는 편이다. 애초에 ‘This Thing of Beauty’ 정도를 제외하면 테크니컬한 연주 자체도 별로 찾아보기 어려운 편이다. 아마도 Ten으로 확..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터지기 전 스스로의 기량을 가다듬으며 내놓은 앨범이란 평이 많은 건 그런 때문일 것이라 예상되는데, 애초 Ten의 음악도 결국 멜로디 때문에 듣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을 생각하면 뮤지션 본인으로서는 조금은 억울한 결과일지 모르겠다. 좀 더 가볍긴 하지만 ‘Blonde Angel’이나 ‘It Must be Love’ 같은 곡의 멜로디는 이후의 작품과 비교하더라도 빛나는 구석이 있다.
말하자면 Ten보다도 하드한 기운을 좀 더 뺀 스타일을 원하는 이라면 이쪽을 더 좋다고 할 만할 이유도 있어 보이는 앨범이다. Ten 자체가 인기가 별로 없어 보이는 2023년인 것이 아쉬울 뿐이다.
[Now & Then,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