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ar-metal이란 말이 있었는지도 잘 모를 2000-2001년 즈음 미국 블랙메탈에 대한 개인적인 인상은 확실히 북유럽보다는 좀 더 스래쉬하면서 ‘분위기’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그래서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Absu 같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사례도 있기는 한데, Absu 레벨을 일반적인 사례마냥 얘기할 순 없겠고… 그런 나의 ‘미국식’ 블랙메탈에 대한 인생을 대표하는 것은 Cult of Daath였다. 멤버들 생긴 거나 음질이나 Darkthrone 뺨치는 수준이건만 음악은 블랙스래쉬 리프로 연주하는 Clandestine Blaze 같은 스타일이었으니 적응하기에는 꽤 시간이 걸렸다.
그런 면에서 (애초에 어떻게 알고 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Cult of Daath보다 먼저 귀에 들어왔던 건 Wargoat Obscurum의 사이드 프로젝트였던 Alioth였다. 데모 하나가 전부인 밴드지만 2003년 데모가 2007년에 재발매됐으니 그 동네에서는 나름 주목을 받았던 모양인데, Cult of Daath보다는 좀 더 ‘분위기’를 살리는 류의 스타일에 가깝다. 그렇다고 북유럽풍은 아니고 사실 유럽의 ‘클래식’ 밴드들에 비교한다면 떠오를 만한 사례는 Rotting Christ나 Varathron이고, 사실 보컬이나 리프만 봐서는 블랙메탈이라기보다는 미드템포의 데스메탈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애초에 이 데모 최고의 매력도 그 독특한 리프에 있기도 하고.
안 그래도 짧은 데모에 곡 사이사이마다 어쿠스틱 소품을 넣어 러닝타임을 갉아먹는 모습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지만 데모로서는 출중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Apocryphal Dimensions’만으로 이 데모는 가치가 있을 것이다.
[Beneath the Swamp Prod.,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