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ødheimsgard야 “666 International”부터는 때로는 이거 블랙메탈이라 부르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멀리 나아간 음악을 들려주었고, 점점 모던하다 못해 미니멀해지는 앨범 커버, 밴드 로고는 커녕 기본 폰트로 때려박은 듯한 밴드명은 이제 이 밴드의 과거를 모르는 이라면 메탈 밴드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666 International”에 비해 “Supervillian Outcast”나 “A Umbra Omega”가 비교적 ‘순한맛’에 가까웠다면 “Black Medium Current”가 보여주는 광기는 좀 더 강한 편이다. 블랙메탈의 기운이 가신 건 아니지만 신스 팝, 얼터너티브, 사이키델릭은 물론 때로는 힙합 리듬까지 등장하는 모습은 다른 ‘실험적인’ 블랙메탈 밴드들에 비교해도 확실히 당황스럽다. 그나마 ‘Voyager’ 같은 곡에서 등장하는 “Satanic Art” 시절을 떠올릴 법한 패시지가 이 밴드가 누구인지를 알려줄 뿐이다.

그렇지만 전작들보다 공격적인 기운은 확실히 덜하다. ‘It does not Follow’ 같은 곡은 블랙메탈의 기운은 분명 남아 있지만 곡을 지배하는 것은 사이키델릭-얼터너티브다. 그나마 이런 곡들을 제외하면 앨범에서 트레몰로 리프 자체를 찾아보기도 어렵고, 전작에서 앨범을 은근히 뒤덮고 있던 Deathspell Omega스러운 분위기도 확실히 덜하다. 어찌 보면 전개 자체는 생소하지만 곡들을 구성하는 모습들 하나하나는 마냥 낯설진 않다. 블랙게이즈의 기운이 엿보이는 ‘Halow’ 같은 곡에서는 이 밴드가 멜로디를 쓸 줄 몰라서 곡을 이렇게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것도 보여준다. 사실 수록곡 전부 다 멜로디 자체는 오히려 전작들보다 좀 더 뚜렷하고 ‘따뜻한’ 편이고, 그런 면에서는 이 앨범이 “666 International” 이후 앨범들 중에서 가장 듣기 편하다고 할 만한 부분도 있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밴드의 스타일에 익숙하지 않은 이라면 듣기 어려울 앨범이고, 많이 양보해도 자주 꺼내들을 수 있을만한 앨범은 아니겠지만 밴드의 팬이라면 만족스럽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되게 멋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하는데 들으면 귀가 피곤하다 보니…

[Peaceville,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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