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블랙메탈이 낳은 굴지의 워크호스 Narqath의 원맨 프로젝트의 2016년작. 알 만한 이들은 알고 있듯이 엄청 다작의 뮤지션이지만 의외로 솔로 프로젝트는 이 Wyrd 뿐인데,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해먹거나 드럼 한 명 정도 도움을 받아 꾸려 나가던 이 프로젝트가 유일하게 여러 멤버들을 끌어들여 만들었다는 점에서 밴드의 커리어를 통틀어 확실히 눈에 띄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말이 여러 멤버지 그 면면을 잠깐 살펴보면 그냥 Azaghal 동창회 수준이지만(일단 Narqath 본인부터가 Azaghal 멤버이기도 하고), 거슬러 올라가면 1995년부터 시작한 저 다작의 밴드에 발을 거치지 않고서는 이만큼 다작을 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나온 이 앨범은 당초 이 프로젝트가 때로는 바이킹메탈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포크 바이브 강한 블랙메탈이었음을 생각하면 꽤 많은 변화를 보여준다. 포크를 찾아볼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시점이 시점이어서인지 어느 앨범보다도 포스트록(내지는 포스트록 물 많이 먹은 류의 DSBM)의 기운이 강하게 묻어 있고, 그러다가도 ‘The Sleepless and the Dead’나 ‘Inside’ 같은 곡에서는 의외로 진한 Iron Maiden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바이킹메탈식 전개로 이어져야 할 부분에서 난데없이 등장하는 Katatonia식 리프도 비슷한 맥락의 얘기로 보인다. 이런 지점에서 뭔가 확실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드는 게 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The Pale Departure’는 이 프로젝트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면서 밴드의 과거 좋았던 시절에 비하더라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곡이다. 과장 좀 섞으면 이 하나만으로도 앨범의 가치는 분명하다 할 수 있겠다.

[Moribund, 2016]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