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viour Machine의 “Legend Part III : II”는 이 밴드를 아는 이들에게는 꽤 오랫동안 베이퍼웨어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분명히 “Legend Part III : I”가 나왔으니 II가 나올 건 분명해 보이고, 이 트릴로지의 Part I이 구약, Part II가 묵시록을 제외한 신약의 이야기였으니 본격적으로 메탈하기 참 좋은… 내용의 요한묵시록을 다룬 Part III의 완성을 많은 이들이 기다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 밴드를 말하자면 웬만하면 거의 나오는 얘기지만 이 분들이 하고 다니는 행동거지 자체가 요한묵시록 컨셉트에 찰떡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Massacre가 Eric Clayton이 어째 제대로 활동하기 어려워 보이니 미완성본을 밴드 허락 없이 과감하게 앨범으로 내놓자는 결정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욕을 먹을지언정 이건 망할 수 있는 앨범이 아니다, 이런 식의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공개된 “Legend Part III : II”는 당연히 트릴로지의 스타일을 따라가고 있다. 굳이 비교한다면 미완성본인 덕에 기타는 확실히 묻히고 심포닉이 좀 더 강조된 버전의 앨범을 들을 수 있다 하겠는데,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역동적인 리듬을 가지고 있음에도 앨범은 사실 기존의 작품들보다 심심하게 들리는 편이다. 달리 얘기하면 가장 ‘뮤지컬스러운’ 면모가 있고, 이 밴드가 사실 본격 메탈 밴드와는 좀 거리가 있긴 하지만 앨범들 중에서도 어떤 면에서는 가장 덜 메탈스러운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곡들의 전개도 때로는 라이트모티프 수준이 아니라 과한 자기복제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Armageddon – The Valey of Decision’ 같은 곡의 싼티 짙은 심포닉은 아마도 밴드가 의도했을 묵시록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많이 멀어 보인다.
그러니까 레이블 덕분에 이 앨범은 늦게나마 베이퍼웨어 신세는 벗어나긴 했지만, 레이블 덕분에 밴드 자체가 끝장나면서 사실상 완성될 일은 요원해져 버렸으니 스완 송으로는 참 고약한 사례인 셈이다. 누가 어떻게 잘 풀어서 재녹음해서 내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
[Massacre,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