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industrial이나 다크웨이브란 장르가 새로운 앨범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울 레드 중의 레드오션..이 된 지는 꽤 되었는데 그런 면에서는 오랜만에 보는 새로운 밴드라고 할 수 있다…만, 그렇다고 빡센 기운을 찾는다면 하나도 없는 밴드이니 그냥 신인 네오클래시컬 밴드라고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물론 말이 신인이지 사실 H.E.R.R.의 Troy Southgate와 Miklos Hoffer가 주축이 되는 밴드인만큼 그냥 고인물들의 새로운 프로젝트인데, Troy Southgate가 본격 우파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선동가)의 행보를 걸으면서 지지부진했던 H.E.R.R.을 생각하면 그냥 H.E.R.R.이 이름 바꿔서 재결성한 거 아닌가 하는 인상이 먼저 어린다.

역시나 음악은 로마 얘기가 아니라 그리스 얘기를 하는 차이가 있을 뿐 스타일에서는 H.E.R.R.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스타일이다.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소재로 한 앨범은 처음 보는데(덕분에 인트로와 아우트로를 빼면 곡명들은 전부 사람 이름이다), H.E.R.R.부터가 유럽 만세 얘기로 점철된 커리어를 보여주던 밴드인만큼 충분히 이해되는 선택이긴 하다. H.E.R.R.과의 차이점이라면 Matteo Brusa의 여성 보컬을 내세운 ‘낭만성’이랄까? 그래도 H.E.R.R.풍의 과장된 네오클래시컬 튠과 나름의 멜랑콜리를 꽤 일관된 톤으로 풀어내는 모습이 능숙하고, 가사와 함께 본다면 (책의 순서와는 다르긴 하다만)아테네의 시작부터 끝까지의 역사를 순서대로 담아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H.E.R.R.를 좋아했을 사람이면 만족할 만한데, H.E.R.R.를 너무 영화음악 스타일이라고 꺼렸던 이들에게는 그보다도 더 ‘간지러운’ 구석이 있으므로 유의를 요한다. 가끔은 21세기에 유럽이 최고라고 외치면서 천 년 전의 조상님 얘기에 빵빵한 심포닉과 위엄을 뽐내려는 모습이 역력한 보컬을 끼얹은 이 스타일이 무척이나 낯뜨거울 때가 있더라. 영화음악계의 목버스터? 정도로 얘기해도 무방하지 싶다. 물론 그 영화는 아마도 폭삭 망한 영화일 것이다.

[Self-financed,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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