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스웨이브 중에 80년대풍 하드록/메탈의 기운을 은근히 풍기는 사례들이 드문 편은 아니지만 그 중에 가장 본격적으로 헤비메탈 스타일을 받아들이는 경우를 꼽는다면 Midnight Danger를 최유력 후보에서 빼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단 본인이 하고 다니는 모습부터가 Michael Monroe가 좀 더 병약해진 버전에 가까워 보이기도 하고, 본인은 인터뷰에서 메탈의 영향만 받은 건 아니라고 강조하곤 한다만 듣는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기타가 좀 더 전면에 나서는 곡들은 사실 신스웨이브라기보다는 헤비메탈 밴드가 어쩌다 보니 드러머 빼고 신서사이저를 내세워서 좀 외도를 했을 때 나올 만한 모습에 가까워 보인다. 그런 면에서는 Dance with the Dead보다도 Midnight Danger가 나 같은 메탈바보가 듣기에는 좀 더 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각설하고.
Midnight Danger의 이 세 번째 앨범은 이 프로젝트가 내놓은 여태까지의 앨범들 중에서 앞서 말한 나름의 스타일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Fatal Attraction’처럼 비교적 신스웨이브의 정형에 가까운 ‘발라드’ 곡도 있지만 앨범을 채우는 건 묵직한 리프와 곡 중반부의 테크니컬한 솔로잉이 적당히 ‘스푸키한’ 신서사이저 연주 앞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모습들이다. 이 앨범의 게스트들이 다른 신스웨이브 뮤지션들이 아니라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인 헤비메탈 뮤지션들이라는 사실은 바로 이런 스타일의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Rafael Bittencourt나 Kane Roberts(Angra와 Alice Cooper 밴드의 그 분들 맞음)가 이런 앨범에 크레딧을 올릴 거라고는 레이블 스스로도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Out in the City Lights’. Crazy Lixx의 Danny Rexon까지 모셔와서 무려 노래를 시키고 있다. 애초에 Midnight Danger의 곡에서 연주곡이 아닌 사례를 찾기도 어려운 것도 있거니와 한창 좋았던 시절에 비해서는 그래도 김이 빠진 근래의 Crazy Lixx의 곡들보다 이 노래가 더 낫게 들린다면 어떠려나? 이 한 곡 만으로도 앨범의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비메탈 앨범으로 표시해 놓기는 했지만 메탈 팬들이 더 좋아할 것처럼 보이는 앨범이다.
[NewRetroWave,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