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bid Music 얘기 나온 김에 추가로 얘기하면 이 레이블은 Holy Moses의 Sabina와 Andy 부부가 만든 레이블이었는데, 정작 자기들 앨범은 한 장도 안 냈던 걸 봐서는 좋게 봐 주면 후배들 앨범 내 주려고 만든 레이블? 정도라 짐작된다. 하지만 1991년부터 시작된 레이블이 1993년에 망한 걸 보면 음악은 둘째치고 이 부부가 회사를 운영하는 데는 별 소질이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90년대 초중반 독일 언더그라운드의 어느 한 구석에서 청운의 꿈을 안고 열심히 디스토션을 조지던 젊은이들의 피땀이 배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흥미로운 건 이 부부가 Holy Moses의 핵심이라는 데야 별 이견이 없겠지만 정작 둘 다 밴드의 결성 멤버는 아니고, 사실 밴드를 결성한 이들은 1집만 내고 다 빠져나갔었다는 점인데, 그런 면에서 2집이긴 하지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아니 별로 모르나) Holy Moses의 실질적인 시작은 이 “Finished with the Dogs”부터라고 할 수 있을지도. Sabina의 말도 안 되는 보컬은 데뷔작부터 빛나기는 했지만 먹먹한 음질과 동시대의 더 잘 알려진 밴드들에 비해서는 뭔가 심심했던 리프도 이 2집에 와서는 확실히 날카로와졌다. Uli Kusch(훗날 Helloween에 합류하는 그 분)가 맡은 드럼도 앨범에 속도감을 더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Current of Death’나 ‘Military Service’는 Kreator나 Destruction의 이 시절 걸작에 비해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밴드는 이후 이 앨범만한 성취를 보여준 적은 별로 없었고, 직접 굴리던 레이블은 원인이야 어쨌건 얼마 버티지 못했으며, 밴드를 직접 본 유일한 경험이었던 2001년의 부산에서 노래 중간중간 건강박수 치면서 (남녀노소 모두 이건 대체 뭔가 싶게 뒤섞여 있던) 광안리의 청중들을 독려하던 Sabina의 모습은 그래서인지 좀 안타깝기도 했다. 좀 잘 됐으면 좋겠…는데, 하긴 이런 음악 해서 얘네만큼 올라오는 것도 대단한 거겠구나.

[Aaarrg,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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