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괴이한 이름의 독일 데스메탈 밴드는 이 한 장의 앨범만을 남겨놓고 사라져 버렸고 1993년에 황급히 파산해 버린 레이블 덕에 앨범은 한동안 보기 어려운 물건이 되었었다. 지금이야 VIC에서 재발매한 덕에 구하기 어렵지 않지만 이런 밴드명과 커버를 가진 앨범을 가볍지 않은 가격으로 구하기는 부담이 적지 않다. 덕분인지 내가 이 앨범을 어찌 구했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뭔지도 잘 모르고 그냥 호기롭게 지른 모양인데, 언제였는지는 모르나 아무래도 알바비를 받은 날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앨범을 거하게 지르고 구했을 리 없어 보인다.

아마도 그렇게 구했을 이 앨범은 그런 알바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음악을 담고 있다. 말하고 보니 5만원 넘게 주고 샀다면 그래도 좀 아까웠을 것 같긴 한데…(얼마 줬는지 기억은 안 남) 기본적으로 플로리다 스타일의 데스메탈이지만 때로는 Morbid Angel마냥 테크니컬하기도 하고, 때로는 Death마냥 변화무쌍한 전개를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Obituary마냥 둔중한 분위기도 보여준다. 말하자면 플로리다 데스메탈의 이런저런 모습들을 열심히 담아내고 있다는 것인데, 출신이 출신인지라 Kreator스러운 리프도 여기저기 드러난다. 특히나 ‘Chaingang’ 같은 Kreator식 테크니컬 데스에 가까워 보이는 곡에서 밴드의 기량은 절정에 이르는데, 적어도 동시대 독일에서 이만큼 테크니컬한 데스메탈 밴드는 나로서는 못 들어본 것 같다.

말하자면 저먼 스래쉬 리프를 받아들인 류의 플로리다 데스메탈을 좀 더 테크니컬하게 구현한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한 장을 내고 사라질 실력이 아무래도 아니었으니 그것도 결국은 팔자려니 싶지만 재발매도 됐으니 그 시절 수많은 한 장 내고 사라진 밴드들에 비해서는 그래도 상황이 좀 나을지도. 하긴 그만큼 멋진 앨범이므로 가능한 얘기였을 것이다.

[Morbid Music,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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