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 포크 내지는 네오프로그로 보통 분류되곤 하는 밴드이지만 그런 레떼르를 염두에 두고 이 음악을 듣는다면 아무래도 볼멘소리(역시 네오는 이래서 안된다는 류의)를 뱉을 사람도 있어 보인다. 밴드 본인들도 사실 프로그보다는 ‘켈틱 포크’라는 부분에 방점을 두는 것처럼 보이듯이, 본격적인 프로그라기보다는 Clannad 류의 스타일에 Mike Oldfield풍 신서사이저와 그래도 포크라고 하기에 민망하지 않게 이런저런 다양한 전통 악기들을 더한 모습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도 일단 Joanne Hogg의 보컬이 수려한데다 멜로디도 귀에 박히게 잘 뽑아내는 편이니 웬만한 청자들에게 들을만하다는 평을 얻어내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그래도 밴드의 앨범들 중 이 앨범이 가장 잘 알려진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Robert Fripp이 게스트로 참여해 특유의 기타와 프리퍼트로닉스 연주를 담아냈다는 점일 텐데, 사실 Fripp이 참여한 곡들보다는 David Gilmour스러운 기타가 돋보이는 ‘Encircling’이나, 켈틱으로 모자라 본격 찬양 CCM을 들려주는 ‘Wisdom’이나 ‘Everything Changes’가 밴드의 스타일을 대변하는 곡일 것이다. 멜로트론을 위시한 다양한 악기들을 발견하고 프로그라고 얘기하고 싶은 이들이 많겠지만 결국 그런 편성이 만들어내는 것은 프로그레시브보다는 오히려 뉴에이지식 분위기에 가깝다. 그러니까 좀 에너제틱한 스타일을 원한 이들이라면 별로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후의 Brave 같은 밴드들을 좋게 들은 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런 스타일의 원류를 이쪽에서 찾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뭐, 이런저런 얘기들을 떠나서 그냥 이지리스닝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이런 것까지 돈주고 샀냐는 식의 공격만 피해 간다면 온 가족이 같이 듣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Alliance Music,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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