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turnus의 대망의 데뷔작. 둠이 뭔지 잘 알지도 못했던 시절(뭐 지금이라고 잘 안다는 얘기는 아님) 멜랑콜리한 둠 메탈을 원한다면 이 앨범을! 식의 광고문구에 혹해서 구하게 됐던 이 앨범이 담고 있는 음악은 내가 알고 있던 둠 메탈의 모습 – 퓨너럴 둠 – 과는 이걸 둠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무척 달랐다. 예테보리의 그 밴드들을 멜로딕 데스라고 부르고 있던 시절이었으니 이 음악을 멜로딕 데스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 용어를 꼭 거기에만 쓰지 않는다면 여유 있는 템포만 빼고 생각한다면야 이 음악을 ‘멜로딕 데스’라고 부르지 못할 이유가 뭔가 싶기도 하다. 하긴 둠 메탈이라고 적당한 박력이 있으면 안된다는 법이야 없으니 그래도 멜로딕 둠 정도로 부르는 게 더 맞아 보이긴 한다. 각설하고.
앨범의 핵심은 역시 Kim Larsen이 이끄는 기타 멜로디와 여기에 어우러지는 키보드가 만들어내는 멜랑콜리한 분위기일 것이고, 꽤나 자주 등장하는 새소리와 어두운 듯 마냥 차갑지는 않은 분위기는 바로 저 커버와 무척이나 어울린다. Chris Reifert 수준으로 묵직한 Thomas Jensen의 보컬이 이 음악이 둠 메탈임을 상기시켜 주지만, ‘Christ Goodbye’ 같은 곡에서 드러나듯 멋진 클린 보컬을 보여주는 분인지라, 사실 마냥 둠 메탈이라고만 하기는 좀 그렇고 어느 정도는 네오포크의 경향(‘죽음’이라는 주제에 탐미적으로 천착하는 모습이 역력한 가사도 그렇고)을 담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Kim Larsen부터가 이후 Of the Wand & The Moon으로 활동하게 되니 당연한 얘기일지도? 그런 면에서 둠 메탈 중에서 어떤 ‘분위기’를 이만큼 짙게 머금었던 앨범과 밴드는 별로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긴 그러니까 둠 메탈 클래식이라고 불리고 있겠지.
[Euphonious,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