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omi Finland Perkele”는 가장 즐겨 들었던 Impaled Nazarene의 앨범이다. 물론 이 앨범을 밴드의 최고작으로 꼽는 이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고, 대개는 이 밴드의 백미라면 데뷔작이나 “Ugra-Karma”를 뽑겠지만 나로서는 밴드를 이 앨범으로 처음 접했으니 친숙하게 느껴지는 바도 없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밴드의 가장 유명한 곡들 중 하나인 ‘Blood is Thicker than Water’가 있기도 하고.

사실 기복이 없지는 않더라도 이 똘끼 넘치는 밴드의 앨범들은 모두 시원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그 중에서 가장 ‘다채로운’ 구성을 보여주는 한 장이라면 아무래도 이 앨범일 것이다. 말이 다채로운 구성이지 그 이전의 멀쩡해 보이지만 어딘가 나사 빠진 모양새의 과격한 가사에 D-Beat의 기운을 담아낸 무지막지한 스타일의 블랙메탈에 비해서는 기운이 좀 잦아들었다고 할 이들도 많겠지만, 덕분에 훗날의 “Absence of War Does Not Mean Peace” 같은 앨범을 제외한다면 이만큼 멜로디가 살아있는 Impaled Nazarene의 앨범도 없다고 생각한다. 4분 가량밖에 안 되기는 하지만 ‘The Oath of the Goat’ 같은 곡은 이 밴드가 마음 먹으면 나름의 서사를 곡에 담아낼 능력도 충분함을 보여준다. 앨범의 딱 중간에서 갑자기 쉼표를 찍어주는 Impaled Nazarene식 둠메탈인 ‘Quasb / The Burning’ 같은 곡도 – 다른 곡들과는 확실히 이질적이지만 – 밴드의 재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어쨌든 이 앨범은 Impaled Nazarene의 앨범이다. ‘Steelvagina’나 ‘Let’s Fucking Die’ 같은 무식한 스타일도 잊지 않고 있으니 밴드의 팬이라면 피해갈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 앨범이 꽤나 감명 깊었던 어느 중딩은 그 때부터 핀란드에 우편을 보낼 일이 있으면 나라명을 굳이 Suomi Finland Perkele라고 적으며 허세를 부리다가 시간이 지나서 문득 그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혼자서 쪽팔려하고 있는 한 아재가 되었다. 그 아재도 쪽팔리건 말건 여전히 이 앨범을 듣고 있다.

[Osmose, 1994]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