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peche Mode 이후의 신스팝 밴드들이 대개 그랬듯 Depeche Mode 아류라는 식의 딱지를 떼어낼 순 없었지만 그렇게만 얘기하기에는 좀 많이 억울했을 독일 신스팝 듀오의 마지막 앨범. Depeche Mode도 “Some Great Reward”부터는 마냥 댄서블한 신스팝 밴드로 부르기엔 많이 어려워진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Wolfsheim의 음악은 처음부터 이미 그보다 더 어두운 스타일이었다. 딱히 팝적이지 않은 적도 없었지만 내놓는 앨범의 어느 정도는 항상 다크웨이브에 흡사할 정도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Casting Shadows”도 다르지 않다. 굳이 차이점을 찾는다면 전작에 비해서 은근히 다채로워졌다는 점인데, 은근히 트랜스도 섞여들어가고(‘Care For You’), 락스타를 꿈꾸던 Depeche Mode를 의식한 듯한 모습도 있으며(‘I Won’t Believe’) 원래 잘 하던 것도 잊지 않고 보여준다(‘Kein Rück’). 하지만 아무래도 이 듀오의 팬베이스의 절반은 Peter Heppner의 음울한 목소리일 것이고, 다양하다지만 결국 앨범을 관통하는 멜랑콜리함은 일관된만큼 막상 앨범을 다 듣고 나서 그런 차이점이 얼마나 다가올지는 의문이다. 가끔은 Human League의 업데이트된 버전 같았던 “Spectators”에 비해 이 앨범이 좀 더 심심하게 느껴지는 건 그런 때문일지도? 하지만 21세기에 여전히 신스 팝(과 Strange Ways의 발매작들)을 듣는 이들이라면 그게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Depeche Mode는 2001년 “Exciter”를 내놓고 바야흐로 커리어의 바닥을 찍고 있던 시절이었다. 적어도 이 앨범이 나오던 시점에서는 Wolfsheim이 Depeche Mode보다 세련된 사운드를 구사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라면 뭐 당신 말씀이 맞겠죠.
[Strange Ways,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