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 Obliviscaris의 보컬이 하는 새로운 프로젝트! 식으로 Season of Mist가 열심히 홍보했지만 정작 등장한 음악은 Ne Obliviscaris와는 판이한데다, 이 밴드를 주도하는 것은 Todtgelichter에서 꽤 분위기 있는 블랙메탈을 선보였던 Tentakel P.이므로 쓸데없는 기대를 할 필요는 없겠다. 대개 얘기되는 것은 우주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블랙메탈이라는 내용인데, 앨범명이나 태양계의 행성들로 이루어진 곡명들이나 우주 얘기가 안 나오면 그게 더 이상해 보일 듯하다.
음악은 확실히 그런 분위기를 강조하는 스타일이지만 화려한 ‘심포닉’이 등장하기보다는 양념처럼 간간이 등장하는 일렉트로닉스와 함께 공간감을 표현하는 데 주력하는데, 행성들을 주제로 하니만큼 곡마다 뚜렷하다 할 것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개성을 보여준다. 둠 메탈에 가까워 보이기도 하는 ‘Neptune’이나, 일렉트로닉스를 이용해 나름의 거친 맛을 보여주는 ‘Saturn’, 저 푸른빛 도는 커버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듯한 신서사이저가 돋보이는 ‘Sol’ 같은 곡들은 어느 정도 일관된 분위기를 가져가면서도 확실히 제각각의 매력을 보여준다. 이 밴드에서야 모든 연주를 도맡아 하고 있지만 Tentakel P.의 본업은 드럼과 키보드라는 것도 분명해 보인다. 드럼과 키보드가 곡의 중심에 있고, 밀어붙이는 모습도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 앨범에서 기타는 생각보다 주변적인 위치에 머문다. 블랙메탈로서는 드문 사례일 것이다.
덕분에 이 세심한 만듦새 역력한 앨범을 모든 블랙메탈 팬들이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사실 별로 들지 않는다. DSBM도 아닌데 공연장보다는 소파에 파묻혀 듣기에 더 어울려 보이는 스타일이라서 그럴 것이다. 물론 나는 다소곳한 사나이인지라 재미있게 들었다. 작년에 나온 “Anticurrent”를 얼른 구해 봐야겠다.
[Season of Mist,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