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I Music의 발매작들 가운데에서는 가장 높은 금액대에 거래되곤 하는 앨범이긴 한데 애초에 SI Music 발매작들을 그 돈 주고 모으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저게 말이 되는 가격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걸 한 20년 전 중고로 만원 주고 샀던 건 그때야 몰랐지만 꽤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받아줄 이는 별로 없겠다만 자랑으로 하는 얘기다.
훗날 Magenta의 핵심으로 이름을 날리…는 정도까진 아니지만 브리티쉬 프로그의 주목할 만한 이름 정도로는 명함을 내밀었던 Robert Reed의 원맨 프로젝트인데, 훗날 Magenta에서도 마이크를 잡게 되는 Christina Booth가 여기서도 Nigel Boyle와 함께 보컬을 맡고 있다. 이 Nigel Boyle은 Just Good Friends의 보컬로도 활동했던 나름 잔뼈 굵은 인물이라는 게 넷상의 설명인데, 나로서는 전혀 생소한 이름인지라 그냥 Robert Reed가 이름값 무일푼이던 시절 나름대로 실력자들을 발굴해서 만든 프로젝트…정도로 이해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
음악은 비교적 70년대 프로그의 그림자가 짙었던 Magenta와는 달리 좀 더 80년대 네오프로그에 다가간 스타일에 가깝다. 마냥 듣보잡인 것처럼 소개해서 그렇지 저 Nigel과 Christina의 보컬도 준수하고, 적당히 팝적이고 과장되어 있지만 심포닉한 기운도 잊지 않은 건반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특히나 Marillion 따라잡기를 꽤 훌륭하게 해내고 있는 ‘Solitary Angel’이나 심포닉 네오프로그 밴드로서의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The Guardians’가 인상적인 편인데, 그러다가 앨범의 마지막 ‘Nosferatu’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프로그메탈 연주는 준수하면서도 갑자기 왜 이런 게 나오나 하는 어리둥절함을 던져준다. 힘쓴 건 알겠는데 나 같으면 다음 앨범에 넣었을 것이다. 말하고 보니 다음 앨범이 나올 거라 장담하긴 좀 어렵긴 했겠구나.
[SI Music,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