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mega Infinity 얘기를 해서 말이지만 Darkspace 이후 ‘스페이스’ 컨셉트로 등장하는 블랙메탈 밴드는 그리 드문 편은 아닌데 그 중에서도 Limbonic Art는 확연히 구별되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대개 우주라는 공간에서 연상할 법한 어둡고 차가운 이미지(내지는 거대한 공간감 아래 소외되는 존재)를 재현하려는 시도가 보통이라면, 이들만큼이나 ‘스페이스 판타지’에 가까울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는 이들 이전에나 이후에나 찾아보기 어렵지 않나… 하는 게 사견. 그러니까 Limbonic Art에게는 우주는 다른 밴드들이 재현하려는 이미지보다는 어느 판타지 세계의 뒷배경에 드리운 어두우면서도 별들이 적당히 파르라니 빛나고 그 가운데 휘영청 보름달이 뜬 하늘…에 가까워 보인다. 말하고 보니 이 앨범 커버 이미지와 딱 맞는다.
아무래도 밴드의 성공작이라면 단연 “In Abhorrence Dementia”을 꼽는 게 보통이겠지만 과장된 심포닉이 분위기를 때로는 잡아먹는 감까지 느껴지는 2집에 비해서는 밴드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 있는 이 앨범이 좀 더 낫지 않은가 생각하는 편이다. 인상적인 리프는 커녕 기타 파트를 옆으로 제쳐두고 퍼즈 톤으로 일관케 하면서 13분동안 심포닉을 때려박는 ‘Beneath the Burial Surface’나 ‘In Mourning Mystique’은 밴드의 커리어를 통틀어서도 가장 회화적인 곡이라 생각한다. 컨셉트 앨범은 아니지만 이런 걸 메탈 오페라라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드럼머신을 단점으로 꼽는 게 많이들 하는 얘기지만 애초에 이 앨범에서 신서사이저 외에 나머지 파트의 연주는 저 오페라에 적당히 얹어주는 양념에 불과하니 그리 문제도 아니다.
그래서 적어도 내게는 이 즈음 세계 최고의 심포닉블랙 밴드는 Limbonic Art였다.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실감하기 이전 상상력(또는 잡생각)으로는 인생 최고였을 그 시점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만 어쨌든 각별한 앨범이다.
[Nocturnal Art,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