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프리슬란트의 이야기를 블랙메탈로 풀어낸 보기 드문 밴드였던 Friesenblut을 굴리던 멤버들이 와신상담 끝에 다시 손잡고 만든 밴드! 라는 게 대충 레이블측의 설명이긴 한데 일단 Friesenblut를 못 들어봤고 동프리슬란트가 뭐가 특이한 동네인지 도통 모르는 이에게 저런 설명은 사실 하나마나한 얘기에 가까워 보인다. 그런데 Friisk를 검색해 보면 북프리슬란트를 얘기하는 단어로 보이는데 소개에는 왜 동프리슬란트 얘기만 나오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 레이블이나 나나 둘 중의 하나는 꽤 심각한 헛다리를 짚고 있는 셈인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밴드 본인들이 애초에 잘못 알고 있었다고 하면 꽤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음악은 기대 이상으로 준수하다. 스타일은 사실 독일풍의 ‘Atmospheric’ 블랙메탈에서 그리 벗어나지는 않는데, 꽤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로 극적인 맛을 낼 줄 안다는 게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일 것이다. 두터운 트레몰로와 블래스트비트로 곡을 이끌어가다가 어쿠스틱과 미드템포를 이용해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말이 미드템포지 이 앨범이 사실 꾸준히 밀어붙이는 편에 가까운 음악임을 생각하면 그만큼 멋진 리프를 보여주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어떤 부분은 거의 Lunar Aurora 수준). 그런 면에서 앨범의 백미는 미드템포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다가 잠깐의 휴지기를 갖고 터뜨리는 전개를 보여주는 ‘Fiebertraum’일 것이다. 블랙메탈의 좋았던 시절 무척 흔했던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그런 만큼 두드러지는 사례를 보기도 쉽지 않은데, 적어도 이들은 꽤 훌륭한 경우에 속한다. 멋진 펜드로잉을 보여주는 커버도 꽤나 마음에 든다.
[Vendetta,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