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딕 블랙메탈이라고 소개되는 밴드가 레이블이 Willowtip이라니 뭔가 이미지상 와닿지 않고, 뭔가 솔로몬의 72악마 말석 어딘가에서라도 가명을 가져오는 게 보통인 이 바닥에서 Andrew Steven Brown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활동하는 것도 오히려 눈길을 끈다. 그러고 보면 밴드명도 블랙메탈 밴드 이름으로 어울리는 건지는 사실 좀 의문이다. 블랙메탈에 어울려 보이는 건 미리 말해주지 않으면 대체 뭐라고 읽는 건지 알아먹을 수 없는 밴드 로고 뿐이다.

그렇지만 음악은 (조금은 ‘맥아리 없어 보이는’ 보컬만 제외하면)생각보다 수준이 높다. 사실 소위 B급 이하의 ‘멜로딕’ 블랙메탈 밴드들은 어떻게든 귀에 들어오는 멜로디에 너무 신경을 썼는지 정작 공격성은 무뎌져 버린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적당히 멜로딕하면서도 헤비하고 날카로운 맛을 잃지 않은 리프가 돋보이고, 전형적인 블랙메탈에 비해서는 정통 헤비메탈의 기운이 많이 느껴진다는 점에서는 이 음악을 멜로딕 데스라고 부른대도 전혀 납득 못할 것까진 없을 것이다. Krieg식 데스메탈 기운 강한 블랙메탈에 Dissection풍의 분위기를 더했다고 할 수 있을지도? 그러고 보면 Dissection이 블랙메탈이냐 데스메탈이냐 하는 얘기도 예전에는 꽤 많이들 했던 기억이 난다.

나라면 이 밴드는 그래도 블랙메탈이라 부르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쪽이다. 분위기 전환하는 데 꽤 능해 보이는 밴드지만 그래도 앨범을 지배하는 스타일은 ‘Consumed ny a Thought’ 같은 곡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atmospheric’한 분위기(말하고 보니 동어반복이랄지도)에 집중하는 면모다. Willowtip답게 깔끔하게 뽑아주는 음질만 아니었다면 이 밴드를 데스메탈이라 말할 여지는 더 적어 보였을 것이다. 꽤 재미있게 들었다.

[Willowtip,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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