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Robert Fripp이라고 불리는 Richard Pinhas의 밴드이자 Magma 출신 Patrick Gauthier가 함께 한 밴드! 라는 소개에 있는 돈 없는 돈 털어 구했던 이 앨범은 나쁜 건 아니었지만 조금 문제가 있었다. 일단 Patrick Gauthier가 참여한 앨범이 아니었고(하긴 Patrick Gauthier가 ‘이 앨범에’ 참여했다는 얘기는 없기는 했다), King Crimson과 Magma의 이름과 백골단이 시위대 때려잡는 듯한 역동적인 장면을 담은 커버를 보면 이 앨범의 정적인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겠다. 느슨한 기타 연주와 서정적인 분위기에 기여하는 풍성한 멜로트론에서 King Crimson을 떠올리는 건… 가능은 한데 그만큼 재미있다고 얘기하긴 좀 많이 그렇다. 차라리 Tangerine Dream 향내 짙은 앨범의 후반부가 Fripp/Eno의 작품(굳이 짚는다면 “No Pussyfooting”)과 비슷하다면 그게 더 정확한 얘기일 것이다.

그래도 어쨌든 King Crimson 팬이라면 꽤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일단 첫 곡부터 ‘In the wake of King Fripp’이니 Robert Fripp 빠돌이의 정체성을 커밍아웃하고 있는데다, 영국과 독일의 중간이 프랑스여서인지 Robert Fripp과 크라우트록의 기운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사례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게다가 크라우트록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 예상 밖으로 꽤나 어쿠스틱한 앨범은 … 그만큼 현대음악의 난해함보다는 전형적인 곡의 구조를 잘 따르는 편인지라 오히려 프로그 팬이라면 이 앨범이 Heldon의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듣기 편할 것이라는 게 사견.

하지만 밴드의 제일 유명한 앨범은 누가 뭐래도 “Electronique Guerilla”일 것이고 가장 록적인 앨범은 누가 뭐래도 “Interface”일 것이니 이 앨범이 빛볼 일은 아무래도 요원해 보인다. 하긴 이미 충분히 유명한 이 밴드를 내가 걱정하는 것도 웃기니 이 얘기는 여기까지.

[Disjuncta,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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