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밴드명은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인데 이런 먹물 냄새 나는 이름의 밴드가 알고 보니 Ephel Duath의 Davide Tiso의 프로젝트라는 걸 알게 되면 밴드에 대해 기대하는 음악은 뭐가 됐든 복잡하다 못해 괴팍한 스타일일 것임이 분명하다. 애초에 Ephel Duath 자체가 블랙메탈이라고는 하지만 밴드의 막판에는 별로 블랙메탈과는 상관없는 이름들이 거쳐간 밴드이니만큼 이래저래 알 수 없는 밴드임은 분명하다.

그렇게 나온 음악은 일단 Ephel Duath의 “The Painter’s Palette” 나 “Pain Necessary to You” 같은 앨범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보다는 좀 더 코어의 비중이 강하면서도 다양한 면모들을 담아내고 있다. ‘Connubium In Solitude’ 같은 곡에서 블랙메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긴 하지만 앨범에서 이런 면모는 퍽 드문 편이다. 곡들의 전개 자체는 사실 비교적 전형적인 편이지만 리프를 계속 다른 스타일로 변주해 가면서 막판에 와서는 원형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화를 주는 편인데, 그런 면에서는 Dysrhythmia(또는 다른 math metal 밴드들)와 비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름 꾸준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코어 물을 먹다 못해 단조로워진 분위기(와 이에 기여하는 자욱한 음질)는 꽤나 아쉬움을 남긴다. ‘The Iron Dog Protecting the Sea’ 같은 곡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른 곡들은 넘어가더라도 이 한 곡만큼은 다시 녹음해 줬으면 좋겠다.

[Amaranth Recordings,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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