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arlet Records만큼 메탈이라면 이것저것 조금씩 다 내는 레이블도 많지는 않은데(물론 Nuclear Blast나 Season of Mist 같이 체급 자체가 다른 곳은 제외하고) 그래도 이 레이블을 연명할 수 있게 해 주는 밥줄은 어쨌든 파워메탈인 것처럼 보인다. 제일 잘 나가는 거야 DGM이나 Vision Divine이겠지만… DGM은 이미 레이블을 떠났고 Vision Divine은 다시 프로그 물을 빼고 파워메탈로 기울고 있는 만큼 어쨌든 이 레이블의 본진은 분명해 보인다.
Elettra Storm은 요새 이 레이블이 홍보를 아끼지 않는 듯한… 이탈리아 파워 메탈 밴드인데, 내게는 Nightwish 이탈리아판 다운그레이드로 기억에 남아 있는 Sinheresy의 Davide Sportiello의 이름이 보이는데다, 이번에도 Crystal Laura Emiliani라는 여성보컬을 세워 놨으니 듣기 전부터 Nightwish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정작 등장하는 음악은 약간 네오클래시컬 무드를 끼얹은 Elvenking 스타일(그런데 포크 바이브는 또 별로 없음)의 파워메탈인데, Crystal의 보컬도 Tarja 등의 소프라노 보컬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므로 그런 면에서는 반갑기는 하다. 그렇다고 새로울 거는 당연히 하나도 없긴 하다만 Frozen Crown 같은 밴드처럼 좀 더 헤비 그루브를 강조한 ‘Spirit of the Moon’ 같은 곡을 듣자면 어쨌든 밴드로서는 이런저런 모습들을 보여주자고 노력했다는 느낌은 든다. 앨범 전반에 깔려 있는 전형적인 멜로딕 스피드메탈의 그림자를 꺼리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즐길 만한 앨범일 것이다.
다만… 뮤직비디오는 외모야 나쁘지 않다만 레이블이 로케이션 알아볼 돈도 안 주면서 음악에의 열정…은 둘째치고 끼는 별로 없어 보이는 멤버들에게 립싱크에 흐느적거리는 댄스 시키면서 치명적인 매력을 뽐내라고 시킨 듯한 인상이 너무 강해서 못내 민망하다. 만일 훗날 Crystral이 탈퇴한다면 분명 저 비디오가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Scarlet,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