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 Snare가 뜻밖에 유명을 달리했다기에 간만에. Firehouse가 실력파 밴드였느냐 묻는다면 그건 확실할 것이고 적어도 이 데뷔작에서만큼은 장르의 여느 거물들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음악과 지갑을 동시에 거머쥐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일 것이다. 물론 시절이 시절인지라 메탈과 하드록이 손잡고 사이좋게 망해버릴 시기는 이미 목전에 와 있었고, 곧 때가 되자마자 Firehouse도 다른 밴드들과 손잡고 같이 망했다…기엔 밴드는 이후에도 꾸준히 나쁘잖은 앨범들을 내놓기는 했다. 하지만 밴드가 데뷔작때만한 시절을 다시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는 건 아마도 이견 없는 얘기일 것이다.
그래도 이 데뷔작은 당연히 새로울 거야 하나도 없었지만 그 익숙한 모습들을 죄다 깔끔하게 담아내고 있었고, 다른 헤어메탈 밴드들에 비해서는 좀 더 AOR다운 모습이 강했(고 그만한 테크닉도 받쳐 줬)던지라 소위 푸들 밴드들의 쌩양아치 스타일을 싫어했던 이들도 비교적 다가갈 만했다. ‘All She Wrote’ 같은 전형적인 글램 메탈의 모습이 있지만 ‘Love of a Lifetime’ 같은 AOR 발라드가 있었고, 절창보다는 놀기 좋아하는 탕아에 가까운 이미지의 여타 헤어메탈 보컬리스트들에 비해 C.J Snare는 비교적 ‘단정해 보이는’ 외양으로 깨끗한 고음을 뽑아내던 실력파에 가깝기도 했다. 왜 드럼 안 치고 노래하는지 의심스러울 이름만 제외하면 1990년 기준으로 가장 돋보이는 헤어메탈 보컬리스트라고 해도 많이 틀리진 않을 것이다. 앨범만 보면 Sebastian Bach가 강력한 경쟁자겠다만 이 분은 라이브가 아니 대체 왜…. 수준이었으니까.
말하면 말할수록 길진 않았지만 그래도 확실한 인상 또는 추억을 남겨준 밴드인지라 다시 볼 일 없다는 게 새삼 아쉽기도 하다. 명복을 빈다.
[Epic,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