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실용음악의 세상에서 Dream Theater나 Liquid Tension Experiment(그 중에서 ‘Acid Rain’)을 커버하는 이들은 완성도를 떠나서 꽤 자주 볼 수 있는 반면 이제는 Yngwie Malmsteen을 커버하는(특히 ‘Far Beyond the Sun’ 말고 다른 곡을 커버하는) 이는 정말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어렵기가 Dream Theater가 Yngwie에 뒤처진다고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냥 오늘날 프로그레시브 메탈과 네오클래시컬 메탈의 장르로서의 입지 차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사실 냉정히 말한다면 진창이냐 시궁창이냐 고르는 것과 비슷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따진다면 후자가 더 심각해 보이는 건 분명하다.

그런 면에서 확실히 자신의 뿌리를 네오클래시컬에 있음을 밝히는 메탈 뮤지션 중 나름대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사례로 Richard Andersson 이후의 인물을 고르기는 꽤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기껏해야 Christian Muenzner 정도랄까? 물론 다른 뮤지션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Adagio와 Time Requiem 이후 이만큼 네오클래시컬을 전면에 내밀면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밴드는 그리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Stephan Forte 식의 어설픈 익스트림메탈 놀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 같은 이에게는 둘 중에서는 Time Requiem이 2000년대 초반 이 장르를 선도했던 대표주자로서 보인다. 말하자면 망해가는 집안이 내놓은 개중 제일 똘똘한 자식(이라지만 사실 고생도 충분히 오래 한 자식) 같은 셈이다.

그래도 이 똘똘한 자식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준 건 역시나 일본이었고 덕분에 1집 한 장 내놓은 밴드가 라이브앨범을 내는 기염을 토하는 사례가 나왔는데, 하긴 말이 1집 한 장이지 Majestic 등으로 이전부터 이미 활동해 온 테크닉 괴수들이니 큰 문제야 없었겠지만 9곡 중 3곡이 다른 밴드의 커버인 라이브앨범이라니 구색은 좀 머쓱하다. 하지만 Majestic이나 Time Requiem이나 사실 똑같은 놈들이 이름만 바꿔서 비슷한 음악하는(후자가 좀 더 프로그하긴 하지만) 밴드임을 생각하면 크게 문제삼을 것까진 아닐 것이다. 오히려 깔끔한 음질로 뽑아내는 무시무시한 밴드의 테크닉은 지금은 가도 몇 물은 갔을 이 장르가 한때 어떻게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을 수 있었는지를 다시금 떠올리게 해 준다. ‘Time Requiem’과 ‘Visions of New Dawn’이 아무래도 앨범의 백미.

[Regain,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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