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명 센스 형편없는(밴드명과 앨범명 모두) 핀란드 블랙메탈 밴드는 정규작으로는 EP 하나와 이 앨범만을 내놓고 사라져 버렸다. 밴드 이름이 이름이다 보니 이제 와서는 검색하는 것도 꼭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굳이 찾아보니 나오는 정보는 밴드를 주도하는(그리고 레이블 사장을 겸하는) Korpse는 Annihilatus에서 드럼을 치던 Viha라는 것이고, 드럼을 맡은 Tuomio는 Torture Killer에서 드럼을 맡았던 Tuomo Latvala라고 한다. 결국은 핀란드 그 바닥 고인물들이 평소에 안 해보던 거 한번 해보려 만든 사이드 프로젝트… 정도로 짐작할 수 있겠다. 당장 Tuomo Latvala는 Omnium Gatherum에서도 드럼을 맡았던 이력이 있으니 뭘 한대도 웬만해선 이상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나온 음악은 꽤 괴이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블랙메탈과 데스메탈, 때로는 인더스트리얼이나 앰비언트 등이 모두 공존하는 스타일인데, 기본적으로는 데스메탈풍 보컬을 앞세운 반복적인 리프의 블랙메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설명보다는 그냥 앨범 컨셉트에 어울리는 칙칙한, 그렇지만 어느 정도 뒤틀린 분위기를 구현하는 데 집중하는 류의 블랙메탈이라 하는 게 더 나아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DSBM류보다는 Burzum이나 Gorgoroth 류의 스타일을 미드템포로 풀어낸 모습에 더 가깝기 때문에 ‘멜랑콜리’한 모습을 기대하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 면에서는 90년대 노르웨이 블랙메탈을 즐기던 이들에게 더 알맞을 것이다. ‘Let There be Ebola Frost’가 아무래도 앨범의 백미.
[Plague Prod.,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