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hn Sykes를 좋아하냐면 꽤나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고 화끈함으로는 당대의 다른 연주자들 중에서도 손꼽힐 명인이라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이 분이 참여했던 앨범들 중에 본격 헤비메탈 앨범은 사실 별로 없다. 그렇지만 이 분에 대한 이미지는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불끈불끈 힘이 넘치는 철의 기타리스트…인 양 묘사되는 경향이 없지 않아 보인다. 아무래도 Sykes가 Whitesnake나 Blue Murder, 또는 Thin Lizzy의 “Thunder and Lightning”를 통해 이름을 날린 바 많으니 그럴 것이다. 말하자면 John Sykes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는 나름 멜로우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 연주자라는 것이다. 노래까지 하다가 앨범을 망치곤 하는 몇몇 반면교사와는 달리 노래도 꽤 잘 하시는 분이기도 하고.
그런 John Sykes의 멜로우한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앨범은 이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레이블에서 일본시장용 발라드 모음집 하나 만들자고 했던 게 정규앨범으로 나온 거기도 하고, 어찌 생각하면 기타 잘 치고 노래도 잘 하고 얼굴도 이만하면 잘생겼고… 한 John Sykes인 만큼 발라드 모음집 내기는 딱이다 싶기도 하다. 문제는 화끈한 플레이로 유명한 분인 만큼 앨범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레이블의 기대와는 딴판이었고, 덕분에 나처럼 일본반이라면 돈 걱정부터 앞서는 사람도 1997년 이후 재발매 한 번 된 적 없는 이 앨범을 저럼하게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뮤지션 입장에서는 꽤나 곤란할 것이다.
발라드 모음집인 만큼 화끈한 면모는 찾아볼 수 없고, 딱히 두드러지는 곡도 없는 편이긴 하지만 어쨌든 특유의 비브라토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Beatles풍의 ‘Wuthering Heights’나 Phil Lynott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Dont Hurt me This Way’의 블루지함 등 이 영국인 기타리스트의 현재를 이룬 다양한 모습들을 두루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하드록 한 곡만 제대로 넣어놨어도 아마 앨범에 대한 평가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수 있겠다 싶기도 하다. 하긴 나부터도 듣다 보면 답답함이 없지 않으니 말이다. 이런 느낌은 케니지 솔로 앨범에서 느껴봤던 것 같기도 하다.
[Mercury,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