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ld Meat Industry는 블랙메탈 듣는다는 사람은 한번쯤은 손대보곤 하지만 정작 나오는 음악들은 메탈과는 그리 상관이 없는 곳이었으니, 이 블랙메탈 외길인생 레이블 둘이 뭉쳐 Cold Meat Industry 트리뷰트를 만든다는 건 전혀 이해 못할 것까진 아니긴 하지만 왜 굳이 쟤네 둘이… 정도의 생각은 든다. 뭐 지금이야 Roger Karmanik이 그간 만들었다가 그냥 쟁여뒀던 결과물들을 찔끔찔끔 내놓는 용도로 살아있는 수준이긴 하다만 어쨌든 공식적으로 문 닫은 레이블도 아닌 만큼 이런 트리뷰트가 나오는 걸 Roger Karmanik이 좋아는 할까 궁금하기도 하다. 하긴 2016년이면 공식적인 발표만 없었지 다들 이 레이블 문 닫았다고 생각하고 있을 시점이었던 만큼 크게 문제 안 될지도 모르겠다.
일단 참여한 밴드들이 밴드들인만큼 곡들은 원곡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재해석돼 있다. 그나마 원래 하던 음악이 둠의 기운이 강했던 Spire의 ‘Death, Just Only Death…’의 커버가 비슷한 분위기를 가져가는 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In Slaughter Natives의 폭력적인 심포닉을 재현할 순 없겠다. 덕분에 원곡의 분위기를 기대하고 듣기는 어려울 앨범인데, 한편으로는 왜 블랙메탈 팬들이 이 메탈과는 담 쌓은 레이블의 음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Arcana의 클래시컬한 곡을 둔중하게 찍어누르는 비트의 블랙메탈로 바꿔놓은 Temple Nightside의 ‘Winds of a Lost Soul’은 Arcana의 곡에 꽤 괜찮은 ‘리프’가 숨어 있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앨범의 백미는 Brighter Death Now의 원곡을 원래 자기들 하던 스타일대로 답답할 정도로 자욱한 분위기의 둠으로 풀어낸 Grave Upheaval의 ‘Necrose Evangelicum’이겠지만, 어느 하나 섣불리 넘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 높게 다듬어져 있다. 솔직히 기대한 것보다 훨씬 좋게 들었다.
[Nuclear War Now! / Iron Bonehead,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