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꽤 견실한 음악들을 내놓고 있지만 그렇다고 장르의 전형에 가까운 류의 음악을 내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 레이블이 요새 열심히 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블랙메탈 밴드. 레이블의 소개에 의하면 Seth나 Oranssi Pazuzu를 위시한 이런저런 밴드들 출신의 멤버들로 이루어진 ‘나름 슈퍼밴드’라는데… 정작 밴드 스스로는 멤버들에 대해 도통 밝히는 바가 없으니 정확한 건 알 수 없다. 부클렛에 나오는 사진으로는 블랙메탈은 커녕 음악하는 분들은 맞나 싶게 생겼는데… 뭐 파시는 분들 얘기를 일단 믿을 수밖에는 없겠다. 각설하고.
그렇게 접한 이 음악은 꽤 독특하다. 커버만 봐서는 Cultus Sanguine 같은 밴드가 먼저 떠오르지만 그런 스타일과는 좀 거리가 있고, 레이블의 소개처럼 Seth와 Oranssi Pazuzu를 절묘하게 뒤섞은 오컬트한 류의 블랙메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둘 중에서 그래도 사운드의 근간은 전자에 가까워 보인다. Seth 식의 멜로딕 블랙메탈 스타일을 좀 더 사이키하고 이국적인(이집트풍이랄까) 분위기로 풀어낸다고 할 수도 있겠다. 비교적 묵직하고 빠른 템포의 연주에 비해 좀 더 연극적인 양상의 보컬도 그 기묘한 분위기에 기여한다. 그런 면에서는 앨범을 대표하는 곡은 ‘Astral Dominancy’이겠지만, 아무래도 블랙메탈 팬들은 Deathspell Omega 마냥 뒤틀린 리프들을 격렬하게 뱉어내는 ‘Serpent Concordat’ 같은 쪽을 더 좋아할 것 같다.
확실한 건 이런 오컬트풍 블랙메탈 앨범들 중에서는 최근 몇 년간 가장 인상깊은 사례에 가깝다. 분위기와 격렬함을 둘 다 충족시키는 드문 경우랄까? 멋진 앨범이다.
[Les Acteurs de l’Ombre,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