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3년에 결성되어 두 장의 앨범만을 내놓았지만 이탈리아 록 음악에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긴 밴드…라는데, 심포닉 프로그 덕분에 나 이탈리아 음악 좀 열심히 찾아 듣는다고 자처하는 이들을 만난 경험은 꽤 됐지만 그러는 와중에 이 밴드 얘기는 이름조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 저런 소갯말에 의심부터 앞서는 게 사실이다. 그러니까 앨범명만 봐서는 아무래도 헨젤과 그레텔의 잔혹동화 버전 음악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이 2017년 앨범에 대한 시각은 꽤 삐딱하게 시작될 수밖에 없다. 음반 좀 나름 찾아다녔다는 사람 치고 과장광고에 속아 집어든 똥반을 앞에 두고 본전 생각에 사무쳤던 경험 한 번쯤 없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렇게 앨범을 플레이하고 나면 왜 그 동안 내가 이 밴드 이름을 못 들어봤는가 바로 알 수 있는 것이… 건반에서 살짝 Black Widow 출신 밴드들에서 쉬이 볼 수 있는 스푸키한 기운이 느껴지는 외에는 전혀 프로그레시브와는 상관없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적당히 사이키한 기운이 묻어나는 묵직한 류의 포스트록이라고 해야 할 텐데, 1983년에 결성되었으니 그 시절 Killing Joke스러운 뉴 웨이브를 연주하다가 세월이 지나다 보니 이제는 그게 포스트록의 컨벤션으로 이어졌다…라는 얘기가 잘 어울려 보인다. 그나마 ‘Alle Montagne Dekka Follia'(영어로 하면 ‘At the Mountains of Madness’란다. Lovecraft의 그 소설 맞다)의 리프에서 하드 프로그의 기운을 찾아볼 수 있지만, 포스트록 앨범 치고 이 정도의 트리키함 없는 앨범이 있으려나 싶다. 물론 앞서 말했던 헨젤과 그레텔 얘기도 그저 그림 형제풍의 뒤틀린 분위기를 밴드가 꽤 좋아하는 것 같아 보인다는 정도 외에는 밴드와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광인’ 스타일의 보컬을 나름대로 열심히 표현해 내는 Gianluca Piscitello의 보컬이 연극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분전하고 있고, ‘Aria’ 처럼 Goblin의 기운도 느껴지는 곡도 있으니 어쨌든 나름의 매력은 있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평은 의외로 꽤 좋은 걸 보면 그냥 나 같은 메탈바보가 들었던 게 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Danze Moderne,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