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 보면 이런저런 음악들을 꽤 다양하게 만들어내고 있지만 어쨌든 Naevus의 활동으로 가장 잘 알려진(그리고 사실 Naevus 말고는 별로 알려진 게 없는) Ben McLees가 중심이 되는 프로젝트. 하지만 나야 최근에 알았지만 2006년부터 시작했고 알 만한 사람들은 꽤 알고 있다고 하니 Ben McLees의 또 다른 활동의 중심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이 프로젝트의 음악은 Naevus의 네오포크와는 많이 다르다. 일렉트로닉의 비중이 강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고쓰풍의 분위기를 머금은 EBM과 고딕 록, 포스트펑크, Nine Inch Nails풍 인더스트리얼이 사이좋게 어우러진 스타일인데, 애초에 일관된 장르를 표방하는 프로젝트는 아닌 만큼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내놓은 EP와 싱글들을 망라한 이 컴필레이션이 이들을 접하기는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지도? 어느 앨범을 들어도 저 ‘고쓰풍 분위기’ 말고는 일관성은 찾아보기 어려우니 말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어떤 스타일을 내세우건 이들이 수려한 멜로디감각과 세련된 분위기를 낼 줄 안다는 것이다. ‘We Know It’s Over’ 같은 과장 좀 많이 섞으면 The Smiths식 브릿 팝의 흑화된 모습이 드러나는 곡이나, 크라우트록(이라기보다는 Kraftwerk)의 그림자 역력한 ‘Frozen Frames’, 의외일 정도로 묵직한(거의 스래쉬메탈 수준) 기타가 이끌어 나가는 ‘Disappointed’ 모두 과장 섞으면 Depeche Mode에 비견할 멜로디를 만나볼 수 있다. 솔직히 이 쯤 되면 Naevus 얼른 접고 This is Radio Silence에 집중하는 게 모두를 위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맘에 들어서 하는 얘기다.
[Disconnected Music,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