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ainer Landfermann이란 이름은 생소하지만 조금만 찾아보면 Bethlehem의 “Dictus Te Necare”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인물임을 알 수 있다. 물론 Bethlehem을 거쳐간 보컬들 중 가장 유명한 건 “Dark Metal”의 Andreas Classen이겠지만(Shining에서 보여준 모습도 있고),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것은 “Dictus Te Necare”의 그 미친놈 보컬을 보여준 Rainer Landfermann이 아닐까 생각한다. 블랙메탈 한다고 그 사람도 음악마냥 사악한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Dictus Te Necare” 시절의 Rainer의 보컬을 듣는다면 이 사람은 정말로 제정신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할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무지막지한 개성의 보컬리스트는 그 개성 때문이었는지 이후 별다른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Bethlehem 시절의 인상을 지우면서 저렇게 튀는 보컬을 감당할 만한 밴드를 찾기는 어려워서이지 않았을까? Rainer는 2018년에 솔로로 나서서야 비로서 활동다운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고, 음악은 메탈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Bethlehem의 그것과는 무척이나 판이한 스타일이었다. 뜬금없을 정도로 재즈(만이 아니라 이것저것 다양한 장르들)물을 듬뿍 먹은 이 음악은 블랙메탈의 전형과는 거리가 멀었고, 덕분에 앨범에 대한 하마평들도 많지는 않았지만 시끄러운 편이었다.
아마 신보 이전의 워밍업일 이 EP도 그런 방향에서는 다르지 않다. 물론 의도적일 정도로 메탈을 배제한데다 전작의 전반에 감돌던 재즈물을 걷어내고 대신 고쓰를 더한 ‘Mehr Licht’가 전작과 비슷하다 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애초에 여러 가지 스타일이 괴팍하게 혼재하는 음악을 했던 만큼 이런 행보를 눈에 띄는 변화라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고쓰풍에 앞서 괴팍하게 휘몰아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Originalstimme’에서 전작의 모습을 지울 수 없는 것도 분명하다. 그런 만큼 Rainer의 솔로 활동을 즐겼던 이라면 이 EP를 즐기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다만… 2곡에 10분도 안 되는 EP가 38유로라니 본전 생각을 안 할 순 없는데, 어차피 잘 안 팔리겠다 고급스럽긴 했지만 CD를 30유로에 팔아먹던 전작에 비해서는 사정이 좀 나을지도? 가격은 가격이고 일단 앨범 자체는 예쁘게 잘 나왔으므로 넘어간다.
[Self-financed,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