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usic is Intelligence 레이블을 꽤 좋아하는 편인데, 레이블 이름이 저래서 그렇지 딱히 지적이라고까지 느낀 발매작을 봤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적당히 프로그하면서도 듣기 편한 네오프로그나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주로 내놓았던 레이블인데, 사장이 애초에 평론가로 업을 시작했어서인지 대단한 명작까지는 안 나와도 망작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앨범들을 열심히 내놓았던 곳…이라는 게 개인적인 평가다. 1999년에 망했으니 지금보다 음반점 돌아다니기는 훨씬 좋았던 시절에 활동했던 레이블이었고, 그러니까 이 인기 없었던 곳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물론 이 레이블의 최고 성공작은 Lanvall의 앨범들일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Ivanhoe나 Anyone’s Daughter의 앨범들이겠지만, 만듦새로 본다면 Maryson이 내놓은 앨범들도 후보에 들 수 있어 보인다. 사실 스타일 자체로만 본다면 90년대 초중반 그리 돋보일 건 하나 없는 듣기 편한 류의 네오프로그였고 밴드도 두 장만 내고 잽싸게 망해버렸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멜로디나 심포닉을 두루 갖춘 네오프로그는 지나간 시절의 공룡 밴드들을 제외하면 그리 흔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작가였던 W.J. Maryson이 자기가 쓴 소설 “Master Magician” 시리즈를 소재로 만든 음악이니만큼 동시대에 이만큼 뛰어난 이야기꾼인 밴드도 드물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수많은 프로그 뮤지션들 중에서 이 밴드를 이길 수 있는 경우는 대체 이 분이 왜 음악까지 손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Michael Moorcock 정도뿐이지 아닐까 싶다.
물론 원작 소설을 읽어보진 못했고, 심포닉하긴 하지만 사실 극적인 구성과는 좀 거리가 있는(달리 말하면 지나치게 잔잔한) 이 앨범이 프로그의 참맛을 보여준다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나름 안정적인 리듬 섹션에 얹히는 단정한 멜로디, 그래도 가끔은 나름 ‘esoteric’한 분위기까지 내주는 키보드와 오케스트레이션은 네오프로그를 찾아듣는 이들이 원하는 구석을 잘 짚어주는 편이다. ‘The Legend Comes Alive’ 나 ‘Rad’s Song’처럼 단정한 어쿠스틱이 돋보이는 곡을 듣자면 중간중간 지나치게 늘어지는 키보드 소품들만 좀 줄였어도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긴 그게 될 거 같았으면 앨범 좀 더 내다가 망했겠거니 싶긴 하다만.
[Music is Intelligence,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