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chael Moorcock 얘기가 나왔으니 이 분이 하시던 밴드도 간만에. 물론 이 분이야 작가로서 쌓아올린 커리어가 꽤나 묵직한 분이므로 이 분의 음악 활동을 그만큼 주목하긴 어렵지만 원래부터 Hawkwind 같은 밴드와 공연도 같이 하던 분인만큼 이 분의 음악 활동을 어느 작가의 잠시의 외도 정도로 치부… 하기는 좀 망설여진다. 하지만 록/메탈에서 소드 앤 소서리가 얼마나 중요한 소재인지를 생각하면 엘릭 사가와 이터널 챔피언 시리즈를 반지의 제왕만큼이나 금과옥조처럼 떠받들던 밴드들에게는 이 분이 직접 참여하는 앨범이라고 하면 외도고 나발이고 ‘오오 무어콕 오오!’ 하며 떠받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Michael Moorcock이 자신의 이름을 내세워 내놓은 이 밴드의 멤버들 면면도 그리 만만치 않다. 마치 자기 밴드마냥 대거 몰려온 Hawkwind의 멤버들(Nik Turner, Dave Brock, Simon House, Alan Powell, Simon King 등등)에 Snowy White 같은 거물도 빠질세라 이름을 올리고, Robert Calvert는 본인이 빠진 게 아쉬웠는지 무려 아내를 앨범에 참여시키는 인상적인 행보를 보여준다. 덕분에 음악은 당연할 정도로 Hawkwind의 기운이 강하지만, 그래도 사실 ‘Starcrusier’ 정도를 제외하면 Hawkwind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가는 곡도 없어 보인다. ‘Come to the Fair’의 짤막한 포크록이나 ‘You’re a Hero’의 독한 유머를 섞어낸 컨트리, Simon House의 멜로트론에 힘입어 좀 더 프로그의 전형에 다가가는 ‘Dude’s Dream’ 처럼 생각보다 다양한 스타일들이 있다. 하긴 철저히 Moorcock이 쓴 이야기에 맞춰진 음악이니 그게 반드시 Hawkwind의 스타일일 필요는 없겠다.
그런 만큼 사실 가사를 읽지 않으면 재미는 반감되는 앨범이고, 솔직히 연주만 들어서는 화려한 멤버들의 면면이 조금은 아쉬워지는 수준이니만큼 한 번은 시간 내서 가사까지 읽어보며 들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긴 애초에 “Deep Fix”라는 이름부터가 Moorcock의 단편집 제목이니까 말이다.
[United Artists, 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