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시컬 다크웨이브에서 Camerata Mediolanense는 가장 무거운 이름들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야 80년대 중반부터 혼자 이런 음악을 하고 있었던 Ataraxia와 Peter Bjärgö가 이끄는 Arcana 같은 사례들이 있겠지만, 클래식보다는 낭만성 짙은 던전 신쓰에 가까워 보이는 저 둘에 비하면 밴드 편성도 그렇고 좀 더 클래시컬한 스타일을 보여주면서 호전적인 비트로 역동성을 이끌어내는 모습으로 나름의 개성을 보여준만큼 Camerata Mediolanense도 장르를 선도한다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그러니까 사실 이 밴드의 음악을 설명함에 있어 굳이 포스트펑크를 끄집어내는 얘기들은 틀렸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더라도 오해의 여지가 무척이나 짙은 셈이다). 뭐 장르를 선도한다기엔 따라오는 이들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겠지만 그걸 이 밴드들 탓을 할 수는 없으니까.

이 밴드야 데뷔 때부터 이런 스타일 자체는 비교적 일관되게 가져온 편이었지만 그래도 전작인 “Le vergini folli”가 연주보다 보컬 하모니에 좀 더 기울어지면서 그나마의 공격성을 상당히 걷어낸 앨범이었다면 “Atalanta Fugiens”는 밴드의 기존 스타일로 다시 돌아갔다고 할 수 있겠다. 다시금 강해진 퍼커션의 힘은 ‘Corallus’의 위계 넘치는 사운드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 편인데, 미니멀하지만 점차 고조되는 구성으로 힘을 보여주는 ‘Embryo Ventosa’ 도 있고, 확실히 파워풀해야 할 지점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는 현재까지 나온 Camerata Mediolanense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Prophecy가 돈 쓴 티 나는 매끈한 레코딩 덕에 ‘싼티 심한 신서사이저에서 무슨 중세풍이란 말이냐’ 식의 비판도 해당하진 않을지니 그런 걱정을 하는 이라면 이 앨범을 한번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지도.

[Prophecy, 2024]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